역설의 시대, 16세기 초 유럽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유럽은 전란과 기아, 역병과 살육이 퍼져나간 참혹한 시대였다. 특히 흑사병이 엄청난 위력으로 유럽 대륙을 휩쓸어 많은 도시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한편 이 시기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거장 미술가들이 활동했던 유럽 문화의 전성기, 즉 르네상스 시대이기도 하다. 가장 빛나는 문화적 번영의 시대와 참혹한 대재앙의 시대가 동일한 시기인 것은 일견 아이러니해 보인다.

그러나 르네상스는 대역병의 시대를 거치면서 비로소 꽃핀 문화적 전성기다.

당시 유럽인들은 흑사병이라는 재앙 앞에서 예술작품을 통해 구원받고자 했다. 결국 르네상스는 전염병의 공포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위대한 시대정신은 고난의 역사와 함께 태어난다. 이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미증유의 전염병 코로나19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우리 삶의 많은 것을 전방위적으로 잠식했다. 건강하고 평범한 일상, 반가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저녁식사,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치르는 결혼식, 늘 같은 시간에 출근하던 일터 등 당연한 줄 알았던 우리의 많은 것들을 빼앗아갔다.

우리를 전례없는 상실의 시대로 이끈 코로나19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현 상황에서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는 위드코로나 시대에서 이전의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지난 11일 질병관리청장으로 임명장을 수여받은 정은경 청장은 질병관리청의 첫 번째 미션을 코로나19 극복으로 꼽으며, 코로나19와 장기간 공존해야 하는 위드코로나 시대 상황을 ‘단체줄넘기’에 비유했다. 함께 뛰는 동료를 믿고, 한마음이 되어 이 고비를 넘기지 않으면 코로나19는 계속 우리 발끝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 것이다.

정 청장의 말처럼 현재 우리에게는 단체줄넘기를 하는 것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도 함께 호흡을 맞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협력의 힘이 필요하다.

광주시도 시민들의 협력과 동참을 통해 150만 광주시민의 힘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코로나19 함께 극복하기 범시민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세부내용으로는 마스크 착용 생활화 등 방역수칙 준수, 착한 임대료 인하 운동, 코로나19 예비부부 피해 최소화 대책, 코로나19 온라인 후유증 극복센터, 의료·방역 등 자원봉사 활동 동참 등이 있다.

5가지 정책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차단하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이웃들을 돕기 위한 것으로, 이 정책들이 실효성 있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착한 임대료 인하 운동, 코로나19 예비부부 피해 최소화 대책 등의 경우에는 임대인과 예식업자의 희생을 동반한 적극적인 고통분담이 요구되는 정책으로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이 더욱 요구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코로나19의 유행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 모두가 지쳐있는 상태다. 그러나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으로 광주공동체가 함께 호흡을 맞춰 단체줄넘기를 하나씩 뛰어나가 보자. 한 마음 한 뜻으로 발을 맞춘다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긴 시련의 레이스를 뛰어 넘어 르네상스와 같은 빛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