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출신 조각가 황경숙(65·사진)씨의 제7회 개인전이 오는 25일까지 광주 진한미술관에서 ‘사람·사람들’이라는 타이틀로 열린다.

지난 11일 개막된 이번 전시는 교직생활을 하면서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틈틈이 찍어둔 사진과 스케치물을 모티브로 한 철조각과 테라코타(terracotta) 32점이 출품돼 선보이고 있다.

평생을 교단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해온 가운데 동심 세계를 작품으로 표현한 작가는 ‘행복’을 주제로 내세워 서른 한가지의 동세로 형태화한 생의 최고 순간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꽃과 사람들’(테라코타)

우리 일상에서 보여지는 한 순간 한 순간이 사실은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는 인식을 갖고, 인물들의 갖가지 동세를 포착한 작가는 각 동작마다 삶의 희로애락을 녹여낸 동시에 관람자의 연령에 맞춘 회상과 힐링에 주안점을 뒀다. 실제 ‘피라미드 위의 사람들’ 등 그의 작품에는 셀 수 없는 군상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테라코타와 철조각으로 나뉜 이번 전시에서 테라코타는 황토색이 주는 따스함을 살려내고 있다. 크로키의 맛을 살려 골격과 근육의 선과 면, 양감으로 조형성을 더하고 있다는 평가다.

‘길 위의 사람들2’

이어 조각에서는 철조각이 주류로, 절제된 선과 면으로 전시주제를 풀어내기 위해 고뇌한 흔적이 역력히 엿보인다. 작가는 철이라는 소재와 지난한 싸움을 벌였다. 이는 작가에게 도전이자 숙제였다. 숙제를 풀 듯이 철을 조심스레 다뤄왔다는 반응이다. 지난 여름 폭염 속에서도 자기만의 색을 입힌 철조각을 완성해낸 것이다. 그 중 컬러링이 된 ‘피라미드 위의 사람들’ 3점은 피라미드가 지닌 불가사의한 힘, 목표를 향한 인간의 무한 도전과 열정 등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작가는 어린 시절 한번쯤은 주물러 보았을 흙을 통해 아련한 향수와 순진무구했던 동심을 표현했고, 철로 만든 인간 군상을 통해서는 피라미드가 주는 강력한 힘과 삶의 의미 및 목적을 탐색하고 있다.

조각가 황경숙씨의 작업 모습.

작가의 테라코타 속 인물들은 한 동세로 찍었기에 동일해 보이지만 각 인물마다 우연을 가장한 질감과 개성을 부여해 다르게 보이는 게 특징이다.

작가는 아티스트 노트를 통해 “절제된 선과 면으로 전시주제를 풀어내기 위한 몸부림, 평소 익숙하지 않았던 철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얻게 된 배움, 그 모든 것이 내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큰 깨달음이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매 순간들은 스스로를 성찰하며 또 다른 나와 마주하는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고 언급했다.

제7회 개인전을 갖는 교사 출신 조각가 황경숙씨

시인과 화가 및 서예가로 활동 중인 김종씨는 도록 서문 ‘최고의 생은 매순간 온다-황경숙 작가의 사람, 사람들」전을 읽고’를 통해 “작가의 작품들이 보인 형태적 특성이나 크기 등은 그 작업의 지난함에 비춘 땀과 고뇌의 무게를 헤아리는 것이 작품적 진의에 다가서는 일”이라며 “온갖 어려움과 맞서면서 불철주야 작품 제작에 매달려 이 같이 한자리에 상 차려낸 것이 오늘의 전시이니 작가의 감회는 남다르리라 여겨진다”고 평했다.



※테라코타(terracotta)=‘점토(terra)를 구운(cotta) 것’이라는 이라는 의미다. 벽돌과 기와 및 토관, 기물, 소상 등을 점토로 성형(成形)해 초벌구이한 것을 지칭한다. 양질의 점토로 구워낸 토기류로, 미술적 조각 작품의 소재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