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 달이 넘는 장마와 갑자기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온 나라가 피해를 입었다. 우리 지역도 1989년 이후 31년만의 집중호우로 광주천이 범람 위기에 처해 대피령까지 내려졌다. 도로의 20%가 물에 잠겼으며, 토사가 철로로 흘러내려 열차가 끊겼다. 또한 농경지, 주택과 상가가 침수되는 등 막대한 재산피해와 이재민이 발생했다.

우리 서구 지역도 농경지·온실 피해 570여 필지, 주택·상가 침수 250여 동 등 총 820여 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가 심했던 서창동, 유덕동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폭우가 그치고 곧바로 피해복구에 나섰다. 공무원들을 비롯해 군인, 경찰, 자생단체 회원, 지역의 기업체 직원 등 자원봉사자들이 복구에 힘을 모았다.

수재 의연금과 구호 물품도 이어졌다. 어려울 때마다 발휘되는 광주 공동체 정신으로 재해 복구도 이제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하지만 수해복구가 마무리 됐다 해서 끝은 아니다. 수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여 재발을 방지하는 것까지가 수해 복구의 완료인 것이다.

장성군은 지난 1989년 400㎜가 넘는 집중호우로 시가지와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이후 38억 원을 들여 배수펌프장을 설치하여 수해에 대비했다. 그 결과 이번 3일 동안 약 400㎜의 폭우와 장성호의 방류에 따른 침수 위기를 배수펌프장 가동으로 막을 수 있었다.

우리 지역도 서구 농성지하차도에 118억 원을 투입하여 경사도를 낮추고 집수장 용량을 확대하는 구조 개선공사를 완료하여 상습 침수도로라는 오명을 말끔히 씻어냈다.

하지만 자연재난은 시설물의 가장 약한 곳으로 파고들어 큰 피해를 발생시킨다. 이번 폭우로 우리 지역의 다른 취약지가 드러난 것이다.

광천동의 경우 주택가 침수 피해가 심했다. 침수의 직접적인 원인은 하수의 역류였다. 그 원인으로 하수관의 막힘, 하수관로 크기의 적정성 여부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수관이 막혔다면 막힌 원인을 찾아 해소하는 것이 예방책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지역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재개발지역으로 확실한 예방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덕동은 주변에 비해 3m 정도 낮은 저지대로 장마나 집중호우로 침수피해가 잦은 곳이다. 2014년 일부 지역에 7억 원의 사업비를 들인 정비사업으로 이번 폭우피해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지역, 특히 공장과 농경지의 침수피해가 심해 전체적인 정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도 수해 등 자연재난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적절한 예방조치와 함께 풍수해보험이 합리적 대안이다.

풍수해보험은 자연재해로부터 시민을 구제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가 관장하고 보험사가 운영하는 정책보험이다. 보험료의 절반 이상을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한다. 태풍, 홍수 등 8대 재해 시 복구비 기준액 대비 70~90%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재난지원금보다 보상범위도 훨씬 넓다.

보험 가입대상은 주택, 온실(비닐하우스 포함), 상가, 공장(소상공인) 등으로, 풍수해 보험사에 직접 신청·가입할 수 있으며, 동주민센터에서도 신청이 가능하다.

시간당 30㎜가 넘는 집중호우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추세에 풍수해보험은 기후 재난에 대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지난 10년(2009~2018) 동안 기상재해에 따른 재산피해액은 3.6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복구비용은 피해액의 2배가 넘는 7.7조 원이 소요되었다. 복구비용으로 연 평균 약 7700억 원이 쓰인 셈이다.

하지만 재난관리 예산은 항상 후순위다. 미래의 불확정 상황에 대한 예정적 금액으로 성과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다. 올해 정부의 재난안전 예산은 16.7조 원으로 추경 전 예산의 3.3% 수준이다. 내년에는 18.2조 원을 요구할 계획이며, 이 중 예방 관련 투자가 14조 원이라고 한다.

재난안전 비용은 지출이 아니라 더 큰 피해를 막는 투자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번 폭우 피해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같은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기후 재난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