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공연할 기회가 사라졌죠.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함께 활동하는 분들과 삼삼오오 모여 재미난 일을 벌여본 게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우리들의 무대로 코로나 블루를 겪는 지친 시민들의 마음이 풀어졌으면 합니다.”

지역 청년들로 구성된 그룹 ‘찾아가는 베란다 콘서트’(이하 ‘찾베콘’)를 결성해 비대면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유장석씨는 인터뷰를 통해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찾베콘’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 음악으로 위로를 전하가 위해 결성된 프로젝트 팀이다. MC로 활동하고 있는 유장석씨를 비롯해 댄스팀 스탈리, 퓨전재즈밴드 더블루이어즈, 디제잉팀 DJONE, 음향전문가, 문화기획자 등 광주·전남을 주요 거점으로 활동해온 청년 11명으로 구성됐다. 지역 공연예술계에서 활동하며 얼굴을 익혀온 이들은 당초 학교와 동네시민들을 위한 찾아가는 무대를 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공연들이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되면서 설 무대를 잃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음악으로 쇄신하자는 취지로 힘을 보태 지난 3월 결성, 4월 준비 기간을 거쳐 비대면 공연을 열고 있다.

지역 청년 그룹 ‘찾아가는 베란다 콘서트’ 구성원들과 유장석 MC(아랫줄 가운데).

“공연을 영상으로 송출하는 것 외에 어떤 형태로 선보일지 고민을 많이 했죠. 한달에 2~3번씩 모여 기획 회의를 했는데, 그때 용인문화재단에서 시작한 ‘베란다1열 콘서트’를 접하고, 지역에 적용해보자고 의견이 모아졌어요.”

‘베란다1열 콘서트’의 경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한 공연을 주로 선보이는데, ‘찾배콘’은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출 수 있는 신나는 무대를 선보여 차별화를 꾀했다. 이같은 무대로 코로나 블루를 이겨냈으면 하는 취지에서다. 따라서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뤄진 만큼, 재즈 무대와 색소폰 연주, 디제잉,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장르로 구성된다.

이에 ‘베란다1열 콘서트’를 모티브로 지난 5월 동구 용산동 아파트 단지에서 첫 ‘베란다 인 콘서트’를 열어 비대면 공연의 물꼬를 텄다. 지난 7월 나주 ENTER-K 주차장에서 ‘드라이브 인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외에 재능기부센터와 광산구 야호센터, 1913송정역센터 등과 협업해 찾아가는 콘서트를 진행 중이다. 이같은 공연으로 코로나19로 직접 공연을 보고, 듣는데 목말라 있던 시민들은 집 베란다, 주차장, 공터 등에서 공연을 즐겼다.

‘찾아가는 베란다 콘서트’팀의 공연 모습.

앞서 선보인 ‘베란다 인 콘서트’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연주 및 공연을 선보이면 시민들이 집에서 무대를 즐길 수 있다면, ‘드라이브 인 콘서트’는 차량 안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자동차극장처럼 차 안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박수와 함성 대신 비상깜빡이와 경적 등을 통해 감정을 표출, 공연의 흥겨움을 더할 수 있다.

‘찾베콘’의 무대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무대 감상이 가능하다. 현장을 찾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무대를 공개해온 것이다. 최근 미디어협동조합 찰나가 현장 중계를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해 전문적인 장비 등을 통한 보다 질좋은 공연 영상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 안전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방역 소독 및 인체형 열화상 카메라 전문 기업 방역맨이 방역을 해주기도 했다.

공연은 그동안 구성원들의 자비로 운영돼왔다. 공연이 끝난 뒤에 감동받은 만큼 입장료를 내는 감동후불제를 실시한다. 이렇게 거둬들인 모금액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과 의료진들을 위해 사용됐다. 최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지부와 100원 백신 프로젝트 협약식을 맺고, 어린이 물품 등을 후원해준 오션텍기프트와 마스크스트랩 등을 지원했다.

“코로나를 극복하길 바라는 다같은 마음이라는 걸 느낀달까요. 감사하게도 협업 및 후원 문의 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연 영상을 유튜브로 선보이고, 소식 등을 SNS를 통해 알리는 데 그걸 보고 공연장을 찾아와 손을 내밀어 주시기도 하구요. 실제로 여러 단체와 업체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죠.”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이어서 ‘찾베콘’은 정부 방역 방침을 따라 기획력을 다지는 중이다. 지금껏 진행한 ‘베란다 인 콘서트’와 ‘드라이브 인 콘서트’ 외에 피크닉을 콘셉트로 잔디밭에서의 소규모 야외 콘서트 등 위드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여러 방법으로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끝으로 유 씨는 위드 코로나 시대 변화하는 공연계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대에 맞춰 공연 형식도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공연이 취소돼 설 무대가 없다면 다양한 포맷의 무대를 만들면 되니까요. 먼저 두려워하기 보다는 능동적인 자세를 통해 이같은 상황을 타개했으면 합니다. ‘찾베콘’은 마중물 역할을 했으면 하구요. 하루빨리 상황이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