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이 올 장마철, 빈번한 집중호우로 막대한 침수피해를 입었다.

특히 우리나라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되면서 광주의 경우 지난 2018년(시간당 60㎜)에 이어 올해도 시간당 최대 90㎜의 국지성 호우가 쏟아졌지만 빗물 저류시설은 구조적으로 시간당 70㎜ 이상의 폭우를 감당하기 힘든 것으로 드러나 이번 기회에 하수관 용량 확대와 함께 역류 방지시설·빗물 저류시설 보강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0일 광주시와 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시작된 올해 장마는 광주에 시간당 60㎜의 강한 비를 쏟아냈다. 지난달 말 장마가 끝난 뒤로도 광주에서는 최근 사흘간 최대 누적강수량이 530㎜에 달하는 집중 호우가 쏟아져 주택 침수 피해가 잇따랐고 286개 도로, 지하철, 철도가 물에 잠겨 교통 대부분이 마비됐다.

올해 수마 피해가 극심했던 중부지역에서는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 호우도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광주지역은 일정량의 강수량이 오랜 기간 내렸지만 최근에는 일시적으로 강한 비가 내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시간당 8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있는 아열대성 기후로 변했지만 광주지역의 빗물 저류시설 하수관로는 이를 처리할 수 없는 상태다.

시간당 최대 83.9㎜의 강수량을 처리할 수 있는 관경 800㎜ 이상의 하수관은 광주지역 하수관(총 길이 437만1574m)의 8.4%(36만7806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시간당 최대 74.2㎜를 처리할 수 있는 관경 500㎜ 이상 800㎜ 미만의 하수관도 30.1%(132만190m)밖에 안된다. 나머지 61.5%가 △관경 300㎜ 이상 500㎜미만 36.2%(158만5556m) △관경 200mm 이상 300mm 미만 15.6%( 68만2917m)△관경 200㎜ 미만인 구간 1.7%( 7만8598m) 등이다.

즉, 구조적으로 광주 전체 하수관의 83.8%는 시간당 74.2㎜의 강수량을 버티지 못한다는 얘기다. 특히 광주 하수관로는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어 이보다 적은 비가 내리더라도 일부 관로에 병목현상이 나타나 연쇄적으로 침수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주의 대표적인 침수구역이었던 백운광장의 경우, 기존에 시간당 50㎜의 강수량을 버틸 수 있는 폭 3m, 높이 2.5m의 하수관로 2개가 시공돼 있었지만 2018년 시간당 60㎜가 넘는 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었다.

하수암거 공사를 통해 동일한 하수관로 2개를 추가 설치한 뒤로는 처리 강수량이 시간당 70㎜로 늘었지만 이마저도 지난 8일 시간당 82㎜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이를 견디지 못하고 침수됐다.

이에 따라 도심지역 대대적인 우수관로 정비, 배수펌프장 증설, 대규모 우수 저류 시설 구축, 역류방지 시설의 확대, 노후하수관 보수 등 이상기후 맞춤형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광주시는 하수도 정비기본계획 등에 따라 오는 2035년까지 국비 7961억원, 지방비 2조4138억원 등 총 3조2135억원을 투입해 하수처리시설의 개량, 하수관거의 신설 및 개량 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하수관거 신설·개량 사업과 노후 하수관 공사가 예산 부족 등으로 지역 침수 우려지역(1196곳) 중 우려 단계가 높은 일부 지역 위주로 진행돼 나머지 지역은 큰 비가 오면 침수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하수관 공사의 경우 국비와 시비의 매칭 비율이 개량사업 2:8, 신설사업 3:7에 그치는 데다 공사가 진행되더라도 수반되는 주민 민원도 많아 재정이 열악한 광주시는 일괄 정비사업 추진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도로 사업의 경우 국비 보조율이 50%에 달하지만 광역시의 하수도 사업은 국비 보조율이 상당히 낮고, 군 단위와 비교했을 때도 직접 부담해야 하는 예산이 너무 높다. 사업비 확보가 미뤄지면 계획됐던 공사들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며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하수도 정비공사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정된 지원에서 신규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예산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자연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의 대대적인 추진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