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올여름 나기가 쉽지 않다.

예년 같으면 휴가철 해수욕장과 계곡, 멀리 해외로 피서를 떠나겠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생활 속 거리두기’ 운동이 펼쳐지면서 몸과 마음이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9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6명 늘어 누적 1만4598명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이어지면서 일일 신규 확진자 수도 3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상 이변까지 겹쳐 우울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짧은 시간동안에 좁은 지역에서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집중호우 형태로 곳곳에 생채기를 냈다.

장대비, 작달비로도 불렸던 집중호우가 ‘물폭탄’이라는 무시무시한 별칭을 얻게 된 연유를 실감시키려는 듯 맹렬했다.

무너지고, 잠기고…. 말 그대로 물난리를 겪었다.

순식간에 골목골목에는 흙탕물이 넘쳐 흘렀고, 사람들은 집안과 상가까지 밀고 들어온 오는 빗물을 양동이로, 냄비로 힘겹게 퍼냈다. 산사태가 발생해 이웃이 피해를 본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로서는 더없이 두려운 순간이 이었을 것이다.

광주·전남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7일 오전 0시부터 사흘 가까이 최대 600㎜ 넘는 상상 못 할 많은 비가 쏟아졌다.

시간당 90.8㎜의 강한 비로 인명·재산피해가 속출했다. 산사태·급류·침수 여파로 10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광주 412명, 전남 242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하천 범람과 함께 도농 곳곳이 물바다로 변해 시설물 파손과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5793㏊ 농경지, 7만㎡의 축사, 237개의 도로 등 공공시설, 556개의 주택 등 사유시설이 각각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섬진강이나 영산강 등 강 유역 침수지는 수위가 쉽사리 내려가지 않으면서 침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많은 비가 내렸는데, 태풍도 올라오고 있다니 걱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태풍 ‘장미’ 북상 등의 여파로 10일부터 11일 사이 100~2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있다. 이미 내린 비로 인한 피해 복구 차질은 물론, 추가 피해 발생도 우려된다.

이미 우리 일상을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 처럼 자연재해 역시 우리의 삶 전체를 뒤바꿔 놓을 수 있다.

‘비설거지’라는 말이 있다. 비가 오려 할 때 비를 맞아서는 안 될 물건을 치우거나 덮는 일을 일컫는다. 천둥 번개가 치며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징조를 보이면 얼른 장독대를 덮든지, 널어놓은 곡식을 집안으로 들이든지 해 비 피해를 줄인다는 말이다. 이는 정확한 예보가 뒷받침될 때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뒤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인력과 장비부족으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등의 뒤늦은 자성으로 넘어가기에는 결과가 너무도 끔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은 더 그렇다.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시책도 소용이 없다.

그러나 전국의 대다수 중소하천과 도시 배수시설은 물론이고 도로 철도 터널 댐 등 인프라의 성능이 이번 폭우와 같은 강수량을 감당해내기 어려운 게 우리 현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기상 악화에 대비해 안전 인프라를 어떻게 강화해 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국가안전재난대책의 시나리오와 인프라 성능을 재점검하되 ‘현실 이상’의 설계목표 수준을 설정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아울러 이번 폭우로 한순간 생활 터전을 잃는 등 막대한 피해를 본 이재민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현장 피해 복구와 생활 안정이 시급하고 금융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 특별재난지역 지정 등 어떤 결정이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19에 기상이변까지 겹쳐 많은 이들이 어느 때보다 힘든 여름을 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