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달여 전 무등산에 다녀온 동료의 전언. 코로나 2차 유행으로 확진자가 폭증한 탓인지 초입에 늘어선 음식점은 손님이 뚝 끊기고 산객도 확연히 줄었다고 했다. 하지만 ‘혼산’을 즐기던 시간도 잠시. 당산나무에 다다라 입이 떡 벌어지는 광경을 목도했다. 일흔 언저리의 노인 7~8명이 벤치에 모여 막걸리 파티를 하고 있었던 것. 얼큰하게 취한 노인들은 오가는 사람들의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 산이 놀이터인양 목소리를 힘껏 높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따위는 잊은 민폐족 그 자체였다고.

최근 광주 한 교회에서 있었던 일. 일요일 예배에 참석했던 교회 신도들 사이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성경책 등을 담는 손가방에 더해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신도가 부쩍 는 것이다. 알고 보니 나이 많은 여신도 몇 명이 다단계 물건을 교인들에게 공급하고 있었다. 방문판매 발 집단감염 사태에 바짝 긴장해 있던 교회 측은 이들 신도와 단골 고객(?)을 불러 따끔하게 나무라고 영업행위 중단을 요구했다.

광주가 재차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다. 2차 유행으로 불리는 지난 6월 말 이후 170여 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알려진대로 2차 코로나 파동의 주범은 광주 동구의 한 오피스텔에 입주한 방문판매업체였다. 여기에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이번 2차 확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들이 60대 이상 고령자라는 점이다. 사찰 8명, 방문판매 32명 등 대부분이 고령자고, 배드민턴 동호회 전파자와 사망자 또한 60대 이상이었다. 이들의 동선을 보면 고령의 나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왕성하고 활발하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간절함이다. 연령으로 보면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길지 않은 사람들이다. 소설가 최인훈의 말처럼 ‘남은 시간 한점 한점을 핏방울처럼 살고 싶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절박한 갈구는 경제적인 요인이다. 법으로 정해진 정년은 60세지만 60세를 채우는 곳은 많지 않다. 50대 초중반에 직장에서 등 떠밀려 나와 평생 해보지 않은 일을 새로 시작한다. 아직 대학을 마치지 못했거나 결혼시키지 못한 자녀가 있는 어중간한 나이에 또다시 신입사원이 된다.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새롭게 시작한 일은 예전 직장처럼 푼푼한 벌이가 되지 못한다. 또 60세에 정년을 하더라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최소 4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령화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계기가 된 듯하다. 노인복지의 최선책은 고용이라고 한다. 노인에게 일자리가 있으면 일차적으로 경제적 여유와 신체적 움직임, 정신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그렇지 못하기에 노인들이 방문판매에 기웃거리며 교회에서 물건을 파는 일이 생긴다. 조급함에다 예의와 염치도 망각한 채 등산객들 상대로 민폐짓을 한다.

광주의 60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2019년 기준으로 38.6%다. 전국 평균에 비해 3%p 가량 낮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지만, 더 급한 청년 고용문제에 밀리는 느낌이다. 굳이 일본의 인구 고령화와 경제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들추지 않더라도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큰 책무다.

온 사회가 코로나 이후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를 외친다. 거창한 외침 속에 자칫 소외되고 간과하기 쉬운 노인 문제에도 눈길을 줬으면 한다. 형식적이고 외형적인 노인 일자리를 넘어서는 실질적인 노력을 기대한다. 아울러 노인이 사회의 민폐, 청년의 적이 되지 않도록 더불어 사는 소양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 또한 가벼운 일이 아니다. 경로당과 복지센터에 모여 노래와 공예, 건강교실에 넋을 놓게 하는 것 말고도 인문, 사회적인 교양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나누는, 또 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봉사할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려는 쪽으로 노인 문제에 접근했으면 한다.

거듭 말하거니와 광주 코로나 2차 유행은 감염병의 심각성을 넘어 경제적, 인문적으로 소외된 노인 문제를 적나라하게 들추는 계기가 됐다. 노인이 가치 있고 존엄한 여생을 살 수 있도록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세대가 공존하고 존중하는 사회, 나눔과 공존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광주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