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현시대 코로나19는 인간이 넘지 못하는 한계 중 하나다. 영화 속에서나 벌어질 일이 현실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누가 바이러스의 습격에 인간이 이처럼 무기력하게 속절없이 주저앉을 것이라고 예측이나 했겠는가. 인간이 어떠한 장애도 없이 현관문 밖 외출을 하던 때가 불과 7개월 전이다. 지금은 바깥 외출이 마냥 즐겁지 않다.

현시대 코로나19가 유일하게 인간의 습관과 관습을 가로막고 있다 하겠다. 평소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공기같은 게 외출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렇게 외출이 어려운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를 묻는다.

시대의 화두 역시 바뀌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시대가 구분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을 그리워하지만 좀처럼 그 이전으로 복귀해 평온한 일상을 구가하지 못할 수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앞선다.

코로나19가 무서운 점은 확진자만 괴로운 것이 아니고, 일상 주변에 피해가 되기 때문이다. 일단 전염되면 죽음의 문턱까지 간다고 하니 두려운 거고, 거기다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진되면 사회적으로 낙인을 피할 수 없다.

코로나19는 정치, 경제, 사회 등 일상의 모든 것들을 바꿔놓고 있다.

문제는 먹고 사는 일도 다급해졌지만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랜 역사 동안 문화생활이 인간과 함께 한 이유다. 사람의 삶은 문화생활이 놓여져 있어야 윤택하지만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문화생활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령 ‘넷플릭스’의 성황을 보면 코로나19 정국에서 그 인기를 예측할 수 있다. 새로운 전형으로 등장한 ‘언택트(Untac) 문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에는 서점과 극장을 마음대로 오갔다. 지금 기억해보면 1000만 관객이 든 영화에 대한 기억마저 새로울 정도다.

어디 이뿐이랴. 계획됐던 모든 문화가 차질이 빚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멈추지는 않았다. 코로나19 정국 아래 문화들은 하나 둘 진행됐다. 지역만 보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나 생활 속 거리두기 아래에서 의외로 여러 문화행사들이 소화됐고, 문화공간들이 새롭게 선을 보였다.

물론 많은 문화행사들은 온라인이나 동영상으로 대체됐다. 광주문예회관이나 광주시립미술관, 광주문화재단, 광주비엔날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대표적 문화기관들의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그렇다고 방문할 곳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문화행사는 특성상 현장에서 느끼는 감흥이 워낙 커서 화면으로 욕구를 완벽하게 채우지 못한다는 것은 인지의 사실이다.

현장에서의 감흥을 위한 외출은 조금만 발품을 팔면 나름 품격있는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앞서서다.

지난 18일 화순 ‘별마당 문화마을’을 다녀왔다. 혼자서 방문했기 때문에 뭘 조심하고 할 필요가 없었다. 그곳을 열심히 둘러보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이에 앞서 최근 신관이 문을 연 담양 담빛예술창고를 방문했었다. 코로나19 이전의 문화적 기억을 일깨우며 나름 묘미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여전히 외출은 쉽지 않다. 가족의 반대에 늘 부닥쳐서다. 코로나19가 이렇게 극성인데 밖에 나간다고 푸념을 듣기 십상이다. 코로나19 정국에서는 외출을 할때 가족의 눈치까지 염두해둬야 한다.

반대로 집에 박혀서는 영화와 드라마로 힐링을 하곤 한다. ‘킹덤’이나 ‘달의 연인’, ‘이태원 클라스’, 그리고 과거에 못봤던 ‘설국열차’나 ‘부산행’을 비롯한 영화 등 시간이 되는대로 보고 있다. 주로 안락의자에 몸을 누이고 편한 자세로 본다고는 하나, 이 역시 장시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개나 허리의 통증을 감내해야 해서다.

여기다 가족간의 외식이 배달로 교체됐고, 나들이 역시 운동을 겸해 아파트 단지 한 바퀴 도는 것으로 교체돼 일상의 소소한 재미는 반감됐다. 특별하게 맛들인 취미까지 부재해 일상은 더 건조해진 듯한 느낌이다.

이처럼 코로나19는 모든 일상을 꼭꼭 가두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문화생활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 마치 줄타기를 하는 듯하다. 거리낌없이 서점이나 극장을 방문할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