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생활문화운동’을 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삶 가까이에 문화가 있다는 것을 느꼈으면 합니다.”

전남 나주서 피아노 연주와 자연 음식을 근간으로 생활문화활동을 펼치고 있는 양인목씨는 14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이어 그는 “‘생활문화운동’은 일상 속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상업화를 외면할 수 없는 대중화와는 거리가 있는 개념이다. ‘운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멈췄지만, 그는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문서고에 들어선 복합문화공간 영산나루 카페를 운영하며 지난 1월부터 피아노 연주회와 음식을 접목한 기획 무대를 선보여왔다.

이같은 기획 연주회는 누구나 잠재된 의식 속에 상처가 있는데 귀동냥과 미각의 자극으로 그 상처를 치유하고 허전한 마음을 메꾸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정화’라는 예술의 가장 큰 역할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그가 음악과 음식을 접목한 생활문화운동을 펼치게 되면서 음식으로까지 시야를 확장하게 된 계기는 구강암을 선고받고 투병을 시작하면서 부터다.

“몸이 다 죽을 지경이 되다 보니 몸이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에 관심을 두게 됐고, 음식이 주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자연 재료를 활용한 자연 음식에 주목하게 된거죠.”

나주에서 ‘생활문화활동’을 펼치고 있는 연주자 양인목씨의 연주 모습.

학창시절 서울대 음대 작곡과에 다녔던 그는 운동권 가요를 만들어 보급하다 학교를 마치지 못했지만 꾸준히 피아노 연주를 하며 평화를 주제로 한 음악회를 200여 회 기획해온 경험을 살린 것이다.

“몇년 전부터 경북 경주시 산내면에 있는 한 병원에서 암 환우들을 대상으로 요리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음식을 만들면서 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눠 먹었죠. 그러면서 감명깊게 읽은 시 한 구절에 곡을 붙여 연주하고 리스트와 쇼팽 등 클래식 연주도 했어요. 이 강연을 진행하면서 음악과 음식을 접목한 콘텐츠에 확신을 갖게된 거죠.”

그는 요즘 들어 어느 미디어에서나 음식과 음악에 관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음악과 음식이 콘텐츠의 전부라고 느낀다면서 시기가 잘 맞아 떨어졌다고 했다.

기획연주회와 함께 올해 유튜브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피아노로 트로트를 연주하며 노래와 곡 해설을 곁들이는 콘텐츠로 300곡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디어사업 전문가와 나주지역 사업가 등 올초 영산나루 기획 공연을 본 지역민 7명이 ‘양인목 펀딩’을 결성해 방송 장비를 지원해줘 이같은 활동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7월 말 녹음에 들어가 8월께 유튜브 ‘시골선생TV’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또 지인의 소개로 지난해 12월 입주한 나주 남천예술인마을에서 연주 활동을 병행하며 도예와 미술, 극작가, 시인 등 다양한 장르의 입주 예술인들과도 호흡을 맞추고 있다.

양인목씨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예리 출생으로 서울대 음대에 진학해 민중문화운동을 펼쳐 제적된 뒤 고려대 행정학과, 한신대 종교철학과를 거쳤다. DMZ평화콘서트와 한반도 평화 만들기 콘서트 등 평화 관련 음악회를 다수 기획하고, ‘평화, 먼동이 튼다’와 ‘하나되게 하소서’ 등 창작곡을 선보인 바 있다. 빛고을대안학교를 설립 및 교장을 역임했으며, 장편 다큐 ‘서해로 흐른다’ 제작에 참여,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