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시문학의 일본 내 전파에 힘을 써온 김정훈 교수(전남과학대)가 한국의 근로정신대 현안을 파헤친 장본인인 야마카와 슈헤이와 함께 일본 권력과 우익언론의 혐한 분위기 조성에 대해 공동으로 연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김정훈 교수는 일본 내 양심적 소설가인 야마카와 슈헤이(85·도쿄)와 공동으로 한일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양국의 학생들과 미래세대가 서로 역사를 공유해야 마땅한데도 불구하고 일본 자민당 정권과 우익 언론, 그리고 미쓰비시중공업과 같은 전범기업이 일방적으로 한국에 대해 배타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12일 지적했다.

특히 한·일간의 미해결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국민들 사이에서도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촉구한 뒤 한국이 지난 과거에 맺은 약속을 저버렸다면서 여론몰이를 진행하는 등 한국에 대한 혐오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정책이 이웃나라 한국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편향된 시선으로 보는 일본인을 늘어나게 하고 있는데다 이런 현상의 반작용으로 한국 시민들 사이에서도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하락하고 있는 사실을 명기했다.

김 교수와 야마카와 슈헤이는 현재의 문제들과 관련해 한국의 근로정신대 유족 및 인간적 교류를 하며 한국 피해자들의 지원활동을 펼친 여러 관련 발언들에 주목했다.

야마카와 슈헤이는 일본 제국주의 시대의 징용에 대한 강제성의 여부에 대해 언급했다. 탄광과 금속광산 등 강제연행으로 끌려간 인원, 불법노역에 시달리다 사망한 희생자, 나가노 마쓰시로 대본영공사 동원자, 위안부, 징병제로 일본군 입대 조선인, 일본 패전 후 전범으로 처형된 조선인, 패전 후 무국적자로 사할린에 남겨진 조선인, 귀국하지 못한 조선인, 조선여자근로정신대 등의 구체적인 숫자를 열거했다.

야마카와 슈헤이가 구체적으로 숫자를 열거한 것은 숫자에는 호소력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이에 더해 1942년 징용으로 끌려가 해방 후 한·중·일 노동자 연대를 이끈 김일수가 일본의 작가 마쓰다 도키코에게 증언한 내용을 징용에 대한 강제성을 입증하는 자료로 제시했다.

김정훈 교수

마쓰다 도키코의 르포 ‘하나오카 사건 회고문’에서 김일수의 언급된 내용을 예시로 들었다. 김일수는 “연행용 군 트럭을 면의 변두리에 세워 둔 채, 동승한 일본인 경관과 면사무소 직원, 혹은 면장이 마을로 들어가 예의도 갖추지 않고 남자 일손이 있는 집 문을 두들긴다. 그 뒤 열쇠를 두들겨 부수고 신발을 신은 채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고함을 쳐서 수갑을 채웠으며 그래도 듣지 않으면 어디선가 권총을 지닌 헌병이 뛰쳐나와 불문곡직하고 마을 변두리의 트럭으로 연행에 실었다”고 마쓰다 도키코에게 증언했다.

그리고 마쓰다 도키코는 김일수에게서 “집이라고 해도 돌과 흙으로 벽을 둘러서 나무로 만든 여닫이문에 자물쇠를 채운 집이므로 놈들이 부수는 건 일도 아니죠. …우리 집에 쳐들어온 건 심야―오전 2시경…어머니가 울며 부탁하는데도 강제로 연행됐다고 듣고서 회고문에 새겼다”고 덧붙였다.

김정훈 교수는 한국의 근로정신대 유족 및 인간적 교류를 하며 한국 피해자들의 지원활동을 펼친 일본의 작가 야마카와 슈헤이와 그의 책을 번역하는 등 꾸준하게 왜곡된 역사 바로잡기에 힘을 쏟아왔다.

야마카와 슈헤이의 근로정신대 현안을 다룬 에세이 ‘인간의 보루-조선여자근로정신대 유족과의 교류’(소명출판 刊)를 김 교수가 번역하면서 교류한 것이 계기가 돼 연대에까지 이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