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10일 새벽 고흥의 윤호21병원에서 불이나 2명이 숨지고 28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은 외부에서 불꽃이 보이지 않은 화재로, 병원 내부에 가득 찬 연기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당국의 조사 결과 방화문 등 소방 안전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병원에는 화재 안전 장비로 소화기 54대와 옥내 소화전 8대, 화재 자동 탐지기, 방화문 등이 설치돼 있다. 화재 자동 탐지기가 불길과 연기를 감지해 비상벨을 울리면 탐지기와 연계된 방화문이 자동으로 닫히면서 연기가 퍼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병원 내부에 있었던 의료진은 “연기가 너무 빨리 올라왔다”고 증언해 방화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불은 병원 1층에서 시작됐는데 소방당국은 1층 진료실에 의료용품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아 짙은 연기가 심하게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기가 병원 내부 통로를 타고 옥상까지 빠르게 번졌고, 대피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한 환자와 의료진 등이 죽거나 다쳤다.

특히 6층에 입원 중이던 70대 여성 환자 2명은 아래층으로 내려가다 연기를 흡입하고 2층과 3층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병원에는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종합병원으로 시작한 이 병원은 지난해 3월 일반 병원으로 격하되면서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었던 곳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방당국은 밀양 화재 사고 이후 2022년 7월까지 스프링클러 설치를 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만 보더라도 이번 사고가 전형적인 인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찾았던 병원에서 오히려 죽음을 맞거나 다치는 피해를 당했으니, 이 얼마나 억울하고 황당한 일인가. 아픈 사람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은 화재 등 긴급상황 발생 시 상대적으로 대처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병원이 다른 시설보다 훨씬 더 소방시설 확보와 재난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