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1.

어느 누구보다도 웃음이 많았던 증조할머니, 유년시절부터 고향에서 계속 살았던 사람,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등산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 사람. 항상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즐긴 사람 등등.

1851년 창간한 세계적인 신문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지난 5월 24일자 특별한 일요일자 신문을 제작했다.

‘신문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1면에 코로나19로 사망한 미국내 사망자 1000명의 이름과 이들이 어떤 사람이었는 지 1줄로 요약한 부고로 가득 채운 것이다. 부고외에는 다른 기사나 사진, 그래픽은 하나도 없었다.

대신 ‘미국 사망자 10만명 육박, 막대한 손실’이라는 부고 기사의 제목을 통해 “단순히 명단에 오른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우리였다”라며 코로나19 사망자들을 추모했다.

뉴욕 타임즈는 이날 신문을 제작하기 위해 인터넷을 일일이 검색해 당시 10만명에 육박한 미국 사망자의 1%에 해당하는 1000명을 선정했다. 특히 보통 사람들인 이들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 사망자의 특색도 추려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독자에게 알리기 위해 이례적인 지면을 제작한 것이다.



#2.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사망자가 늘면서 주위를 숙연케 하는 사연들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대구에서는 코로나에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함께 감염된 일이 일어났다. 이들은 입원치료를 받았고 완쾌된 며느리가 보호복을 입고 시아버지를 지극 정성으로 간병했지만 헛수고였다. 결국 시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지만 가족들 대부분은 임종조차 지키지 못했고 장례도 제대로 못치렀다고 한다.

또 요양원에 있다 코로나에 함께 감염됐던 80대 노부부가 운명을 달리한 이야기도 언론에 소개됐다.

이들 부부는 대구의 한 종합병원에 함께 입원했고 이들중 경증 환자로 분류된 부인이 아픈 몸을 이끌고 남편을 극진히 보살폈다.

하지만 병마를 견디지 못한 남편은 세상을 떠났고 상심한 부인은 오열했고 이를 지켜보던 의료진까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연일 ‘코로나 비극’사연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일선에서 코로나 19 환자를 돌보던 한인 간호사와 그녀의 아버지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잇따라 숨진 사연, 28명의 한 가족이 무더기 감염됐고 그 중 1명이 사망한 사연, 유방암으로 투병 중 코로나에 걸려 숨진 40대 엄마가 사망 직전 여섯 명의 자녀와 병실 문을 사이에 두고 무전기로 작별 인사를 한 사연 등등.

이들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들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자 가족이었다.





#3.

지난 1월 20일 우리나라 최초의 코로나 19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6개월간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았던 광주·전남이 최근 무더기로 쏟아진 확진자에 비상이 걸렸다.

한 오피스텔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최초의 감염이 당시 느슨해진 지역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종교시설, 학원, 사우나 등으로 확산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광주시 등에세 제공하는 추가 확진자와 이들의 이동경로 등이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로 공개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이 제공하는 안전안내문자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시민들은 보건소에 문의하고 찾아가 진단검사를 받은 뒤 결과를 기다리며 ‘피 말리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확진자가 나온 지역의 상점이나 음식점 등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개점휴업’상태가 돼 상인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특히 보건당국과 행정당국이 행정력을 총동원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의 지역 감염 여부가 어떻게 진행될 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대구의 폭발적 코로나 유행을 차단한 바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위생수칙의 준수, 마스크 착용 등 ‘생활 속의 백신’이 있다.

우리 모두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이 코로나 19억제, 그리고 피해 최소화에 가장 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의 부주의로 소중한 이웃과 가족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어느때보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