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 푸른길이 둘레길같은 기능만 있었다면 무미했을 것이다. 문화가 없는 거리는 삭막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옛 폐선부지 위에 조성된 푸른길에 문화공간이 몇차례 등장했다.

그러나 신시와 이후 전시 기능이 오랫동안 지속된 곳은 없었다. 간만에 전시공간이 한 곳 문을 열어 이 일대 아트 거점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광주 동구 푸른길 소재 ‘시운갤러리’(동구 동명로 67번길 22-18)가 그곳으로, 7월 개관전을 시작으로 본격 오픈을 알렸다.

2층 규모의 별관

공유 공간을 표방하면서 기존 갤러리들과 달리 전시 뿐만 아니라 창작을 겸할 수 있도록 한 ‘시운갤러리’는 소아과 전문의인 이시운씨(44·북구 운암동 한국병원)가 박성현 신시와 게스트 하우스 대표로부터 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될 뻔 했던 50여평 한옥을 지난해 7월께 인수하면서 본격화됐다.

갤러리 대표는 이시운씨가 맡았다. 이 대표는 개관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5개월간 인테리어와 전기 배선 등을 손봤다.

‘시운’은 이시운 대표의 한글 이름에 시 시(詩)와 운 운(韻)의 뜻을 중첩시킨 것으로, ‘시와 운율이 있는 곳’이라는 의미다. 여기에는 이 공간이 사진 뿐만 아니라 글 등 여러 예술장르가 어우러지는데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한옥 내부

푸른길을 따라 걷다 공원 인근 골목으로 들어서면 ‘시운갤러리’를 알리는 간판이 눈에 띈다. 어깨 높이 만한 나무 대문을 밀고 들어가면 아담한 마당을 사이로 2층 짜리 별관과 한옥이 마주하고 있다. 한옥 옆으로 돌아가면 두번째 별관도 마련돼 있다.

별관1·2와 한옥은 전시실과 작업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을 마무리지었다. 기존에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려고 했던 곳이어서 개별 공간의 분리가 용이했다는 설명이다. 화단 가꾸기를 좋아하는 이 대표의 취향이 반영돼 곳곳에 꽃과 식물이 가득하다. 별관 2층 마당에는 미니테라스가 마련돼 쉼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필름사진에 매료돼 레지던트를 하던 30대부터 14년간 필름으로 사진을 찍어왔다는 이 대표는 지난해 결성된 광주의 풍경을 담는 사진 모임 ‘느릿’의 구성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작가들이 사용하고 있는 작업공간.

전시실은 느릿이 인연이 돼 함께 활동해온 사진가 윤재경씨가 큐레이터로 갤러리의 전시기획을 맡기로 했다.

윤 큐레이터의 기획에 의해 사진을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예술장르를 섭렵해 선보일 심산이다. 전시 공간을 필요로 하는 희망자가 있을 경우 언제든지 무료로 대관할 방침이다.

작업실은 사진가와 시인 등이 공유할 창작 공간으로 활용된다. 현재 작업실은 사진가 4명과 철학 전공자 3명, 국문학 전공자 3명 등 총 10명의 갤러리 회원들이 한달째 사용 중이다.

그동안 이 대표는 윤 작가와 갤러리의 정체성과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면서 사진 전시관 겸 작업실 구축을 현실화시킨 것이다.

한옥 내부 작업실 모습.

갤러리의 첫 시작을 알리는 개관전은 사진모임 ‘느릿’이 장식한다. ‘나의도시-광주’라는 타이틀로 열릴 이번 개관전은 3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다. 광주를 주제로 각자의 시선을 담은 사진 25점이 선보이는 가운데 류서림 박순렬 박혜경 윤재경 이당금 이시운 지종익씨 등 7명이 출품한다.

광주 서석초 앞 보행자 전용로에 설치된 광주폴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비롯해 북구 임동 일신방직 공장의 과거와 현재, 시운갤러리 별관에서 내려다본 풍경 등 광주의 여러 얼굴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오픈과 함께 전시제목을 딴 140여 페이지 분량의 사진집도 발간된다. 사진집에는 느릿 구성원 1명 당 10~15점의 사진들이 수록될 예정이다.

동구 푸른길에 창작과 전시를 함께할 수 있는 ‘시운갤러리’가 문을 열고 개관전을 시작으로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사진은 ‘시운갤러리’의 운영을 맡고 있는 소아과 의사 이시운 대표.

이시운 대표는 “‘시운갤러리’는 사진과 여러 장르의 예술이 결합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자 신진 사진가를 비롯해 좋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마음놓고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글을 쓰는 예술인들과 사진가들의 컬래버레이션 전시가 열리는 등 다양한 문화교류가 이뤄지는 장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갤러리 건물 계약 당시 푸른길에 있는 음식점 ‘연정’도 함께해 음식점이 남은 계약 기간인 2년을 채운 뒤 터를 이전, 현재 있는 담을 허물어 갤러리와 연정 건물을 이을 생각이다”면서 “그 사이 갤러리 주변 건물 등도 사들여 향후 공간의 복합문화적 성격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