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0년 6월 11일 세계 기준 728만7181명 확진, 그리고 41만4328명의 사망자 발생. 우리의 미래 세대는 2020년을 코로나19(COVID-19)가 감염병 세계 유행(Pandemic)이 된 원년으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2020년은 인류 역사에서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지닌 해이다. 2020년은 악성(樂聖)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이기도 하다. 전염병으로 인간성이 말살되는 참혹한 시기, 불굴의 정신을 지녔던 베토벤이 남긴 메시지는 우리의 정신을 고양하고, 운명에 맞서 투쟁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이다. 진실로 베토벤의 일생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독일의 본에서 가난한 궁정가수의 아들로 태어난 베토벤은 음악으로 인정받아 가던 중 26세부터는 청각장애가 발생하여 청력을 잃어갔으며, 49세 이후로는 완전히 청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또한 친동생이 죽고 난 후 입양한 조카를 친엄마로부터 데려오기 위해 4년간이나 소송을 진행하여 승소하였지만, 조카를 음악가로 만들기 위해 강요한 결과 반목하고 조카는 자살을 시도하는 등 베토벤은 끊임없이 고통을 받게 되었다. 결국 베토벤은 57세에 병으로 수술을 받은 후 한 달 뒤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프랑스의 소설가인 로맹 롤랑이 ‘베토벤의 생애’에서 묘사한 것처럼 베토벤은 세상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그는 자기의 불행으로 환희를 만들어 낸 사람이었다.

베토벤의 위대함은 이런 역경에도 불구하고 치열하게 운명에 저항하고, 불운마저도 극복하여 시대의 아이콘이 된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흔히 베토벤의 음악을 고전주의의 완성인 동시에 낭만주의의 효시라고 한다. 베토벤 초기 음악은 고전주의의 형식미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후기에는 교향곡에 합창, 독창을 포함하는 등 형식을 파괴하여 낭만주의로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에서도 베토벤은 ‘나는 기꺼이 죽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죽음의 시간이 더 일찍 다가오더라도 나는 행복할 것이다. 죽음은 고통으로부터 나를 구원해주지 않겠는가. 언제든지 오거라. 나는 용감히 네 앞에 맞설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불굴의 정신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는 서양음악사에서 전범(典範)이 될 수 있었다.

베토벤의 많은 걸작 중에서 ‘암흑에서 광명으로’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곡이 교향곡 9번 D단조 작품번호 125번 합창이다. 베토벤은 프리드리히 실러의 ‘환희의 송가’에 곡을 붙여 완성하였다.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 낙원에서 온 아가씨여, 정열에 넘치는 우리들은 그대의 성전에 들어가리. 그대의 매력은 가혹한 세상에 의해 떨어진 것을 다시 부합시키도다. 그대의 날개 위에 머물 때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되리.’ 종교의 유무를 떠나 얼마나 숭고한 인류애란 말인가!

우리도 불굴의 정신과 형제애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이렇게 헤쳐 나가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시기, 광주가 대구 코로나 19 확진자들에게 병상을 제공한 것은 국민에게 울림을 준 가장 빛나는 순간일 것이다. 지금까지 총 30명의 대구 환자들이 입원 후 완치하여 퇴원하였으며, 총 68건 13억8500만원 가량의 물품을 대구·경북지역에 지원하였다. 그 결과 달빛동맹은 공고해지고,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다. 공무원들의 경우에도 내 가족, 내 이웃을 지키기 위해 본연의 업무 외에도 생활치료센터에서 야간근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다중이용시설 방역을 실시하는 등 우리 지역을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였다. 마지막으로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광주와 대구 의료진을 위해 도시락을 기증하였고, 해외입국자들도 격리수칙을 준수하는 시민정신을 발휘하여 위반 사례가 전국적으로 최저 수준일 만큼 코로나19 극복에 모범이 되고 있다. 전염병 저지의 최일선에서 연일 악전고투하고 있는 의료진 덕분에, 보이지 않은 곳에서 지원을 담당하는 공무원 덕분에,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칙을 준수하고 협조해준 우리 모두 덕분에 우리는 암흑의 터널을 지나 광명을 맞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코로나19가 ‘운명처럼 문을 두드린’ 팬데믹 시대. 베토벤의 음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위안을 얻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이 어려운 시기, 많은 이들의 헌신과 희생을 통해 전염병을 극복하고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되찾아, 광명의 회복을 축하하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