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무크지 ‘문학예술운동’ 제2집에 중편 ‘검은 화산’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 올해 문단이력 31년째를 맞은 전남 광양 출생 중견소설가 박혜강씨는 최근 펴낸 첫 소설집 ‘바깥은 우중’(문학들 刊)의 출간 소감을 이처럼 밝혔다.
박 소설가는 이번 소설집에는 ‘날개를 위하여’를 비롯해 ‘뭉크를 찾습니다’, ‘미완(未完)의 탑(塔)’, ‘품바우전(傳)’, ‘파랑새’, ‘명사십리에는 순비기가 있다’, ‘생두부’ 등 등단 이후 각종 지면에 발표했던 작품들로 단편 6편과 중편 1편(‘생두부’)을 엄선해 수록했다.
표제인 ‘바깥은 우중’은 별도의 작품 명칭이 아니라 ‘날개를 위하여’에서 인용한 이상(1910∼1937)의 시(詩) ‘건축무한육면각체’에 나오는 문구를 차용한 것이다.
수록작 중 ‘미완(未完)의 탑(塔)’이 5월 관련 대표 소설로 꼽혔다. 광주항쟁 때 도청에서 빠져나온 사람의 이야기로, 화순 운주사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는 이를 동생이 화자가돼 형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대개 실종 상태로 그려지고 있다.
특히 실종된 자가 남긴 과제를 남겨진 자들이 수행한다. 이를테면 오월 광주 이후 남겨진 주체인 ‘미완(未完)의 탑(塔)’의 형, 남편의 부재를 견뎌내던 파랑새의 숙진, 어머니의 부제에서 우울의 정체를 찾아야했던 ‘명사십리에는 순비기가 있다’의 그, ‘생두부’의 박홍석과 이사현 및 정윤철, ‘품바우전’의 굴때장군 서판돌 등이 남겨진 자들로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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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견 소설가 박혜강씨 |
박 소설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소설가는 소설을 통해 모든 이야기를 다 털어놓아야 한다”면서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 속 등장인물 대부분은 제 아바타이다. 소설이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를 가미한 것이기 때문에 저와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제 살과 뼈, 그리고 혼의 조각으로 조합돼 있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계획에 대해 덧붙였다.
“광주 서구 쌍촌동에 가람문학창작연구소를 내고 등단자가 절반, 미등단자가 절반으로 구성된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여기다 전남 무안을 오가며 산문 강의도 펼치고 있죠. 지금 당장 어떤 창작보다는 강의에 집중하고 있어요. 추후 여건이 되면 다시 작품집으로 독자들을 찾아뵐까 해요.”
박혜강 소설가는 국내 최초로 핵 문제를 본격적으로 소설로 끌어들인 민중문학 작가라는 평을 받아왔다. 장편 ‘젊은 혁명가의 초상’, ‘검은 노을’, ‘다시 불러보는 그대 이름’, ‘안개산 바람들’(上·下), ‘운주’(전 5권), ‘도선비기’(전 2권), ‘조선의 선비들’(전 2권), ‘매천 황현’(전 2권), ‘꽃잎처럼’(전 5권), ‘제5의 숲’ 등이 있고, 산문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릇 이야기’, 환경 장편동화 ‘자전거 여행’과 창작동화 ‘나도 고고학자’ 등을 출간했다. ‘검은 노을’로 1991년 제1회 실천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