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세균과 혼동할 정도로 흔하게 여기고,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바이러스’가 최근 전 세계에서 유행하는 위협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보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든 자연적으로 발생했든 그저 본연의 방식과 기능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뿐인데 전 세계적으로 위협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억울할 법도 하다.

바이러스 특성과 안전관리는 유사한 면이 많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단어인 코로나19는 병원성 바이러스로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오가는 오묘한 성질과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예방수칙을 준수하면 쉽게 퇴치가 가능하지만, 무관심과 안일함으로 대응했다간 큰 위험으로 다가와 심한 경우 생명을 잃기도 한다.

안전도 그렇다. 안전규칙과 안전수칙을 잘 준수하고 실천하면 모든 사람이 편안하고 사고 없는 상태가 되지만 이와 반대로 무관심과 안일함으로 안전을 소홀히 하면 화재, 폭발, 추락, 끼임, 붕괴 등으로 한순간에 모든 재산과 생명을 잃기도 한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숙주에 기생할 때는 생물처럼 증식하고 변이하지만 숙주가 없으면 결정화해 돌처럼 굳어버리다가도, 다시 숙주를 만나면 활성화되는 그런 녀석이다.

안전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이 정신을 바짝 차려 안전하게 사고예방조치를 하고, 안전수칙을 지키고, 안전의식을 높이면 무재해가 되고 지속적인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안전장치도, 보호구도, 안전시설도 구비하지 않고 안전에 대한 투자도, 노력도 하지 않으면 언제든 사고가 기다리는 험난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세계적 추이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소득 수준 1만 달러에 이르는 시점부터 환경의 일반화, 2만 달러부터는 안전의 일반화, 3만 달러부터는 보건의 일반화라는 거시적 변화가 시작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조금 늦기는 했지만, 3만 달러 초반에서 안전부문의 대변혁이 시작된 것 같다. 동시에 산업보건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반도체 직업병 논란이나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바로 그러한 시그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대형화재나 폭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크고 작은 사고에서 사업주 또는 사회적 책임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류상으로만 그럴듯하게, 외적인 모양만 번지르르하게 안전을 잘하고 있다고 포장해 순간을 모면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는 모두를 더 위험하게하고 사고를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안전은 작은 것이라도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지금 처해있는 상황에 적합한 실질적인 안전을 실행해야만 근원적인 문제점이 제거되고 무재해 사업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대가 없이 얻어지는 결과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사업주는 생산 활동과 더불어 안전에 대한 투자를, 근로자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안전을 실천하는 것이 사고를 방지하고, 나 자신과 우리가정에 영원한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지금은 쏙 들어갔지만 한때는 바이러스라는 단어가 아주 긍정적인 의미로 자주 사용되기도 했었다. 넓고 강력한 전파력이라는 이미지로 ‘행복 바이러스’나 ‘사랑 바이러스’처럼 좋은 것을 널리 퍼뜨린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있는 주변에 ‘안전 바이러스’를 퍼트려 나와 내 동료 모두가 출근할 때 모습 그대로 사고 없이 밝게 웃으면서 퇴근하는 날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