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다시래기를 아는 독자들은 그의 시를 조금 더 빨리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시는 죽은 자를 위한 놀이가 정작 산 자들을 위무하는 놀이가 되는 진도의 ‘다시래기’를 닮았다는 평 때문이다. 체화된 삶이 낳은 ‘다시래기’는 전라남도 진도 지역에서 출상 전야에 상주를 위로하기 위해 펼치는 가무극적 연희를 말한다.
그의 시에는 진도의 바다와 섬들, 그 시간의 강물 속에는 배중손을 비롯해 이순신과 이름 없는 남녘땅 ‘섬놈’들의 질기고 애잔한 역사가 있으며, 그 희로애락이 배인 산천이 꿈틀댄다.
특히 그의 시는 익히 알려진 진도의 역사를 오늘의 한 장면으로 다시 살려 내고, 흔적처럼 사라지는 오늘의 시간을 기억해야 할 진도의 한 역사로 자리매겨 놓는 셈이다.
‘아무리 세상이 뒤집고 쏠려 가도 그는 들물이었다 흔들흔들 보릿대춤으로/가난도 설움도 흥그레 타령에 그칠 뿐이었다/온갖 잡놈들이 초상집 저녁을 뒤틀린 소리로 수놓는 다시래기/땡중이 봉사 마누라 배때기를 감싸면 상주 설움도 달빛에 녹았다’(‘다시래기 최홍림전’ 부분)고 시화하고 있다.
진도에서 펼쳐지는 다시래기 한 구절을 예감할 수 있다. 다시래기를 알지 못하면 시적 형상화가 불가할 수밖에 없다.
또 현시대 벌어진 비극의 정조를 진도만의 정감과 연결해 시인 나름의 재해석을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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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시집 ‘몽유진도’를 출간한 박남인 시인. |
이 시편은 기울어져 있는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간과하지 않는다. 이 부조리가 세월호의 아이들을 비극으로 몰아넣었다. 시인 자신 역시 기울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자문한다.
임동확 시인은 표사를 통해 “어쩌면 그는 엄청난 ‘불가해성’과 활력을 품고 있는 고향을 단 한 번도 떠난 적 없기에, 놀랍게도 여전히 스스로가 왜 진도에 사는지 모른다. 여느 인간들처럼 ‘진흙목욕’하며 살기엔 홍주처럼 붉고 투명한 영혼을 지닌 ‘영원한 소년’이기에 그는 여전히 더욱더 먼 섬으로 몽유 중이다”고 평했다.
박남인 시인은 1991년 문예계간지 ‘노둣돌’로 등단, 시집 ‘당신의 바다’를 펴냈다. 인천노동자문학회 회장과 진도민예총 지부장, 진도문화원 ‘진도문화’ 편집국장 등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