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방사광가속기는 국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시설로 10년 후 수요 대비와 대형연구시설이 위험 분산 측면에서 나주에 대형 방사광가속기 추가 구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최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방사광가속기 추가 구축을 간곡하게 요청했다. 낙후된 지역에 균형발전 차원에서 배려를 해달라는 목소리와 함께 전남의 미래먹거리가 필요하다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전남은 최근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선정에서 탈락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공정한 평가였을까? 사실 선정과정에서 수도권 접근성과 입지조건에 무게를 둔 세부평가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의구심도 떨칠 수 없다.

전남 나주는 접근성 등 기득권에 유리한 경제적 효율 논리가 아니였다면 10년 넘게 준비한 충북 오창보다 높은 평가를 받아 최적지임을 입증했다.

가능성은 확인했기에 여기서 멈춰서는 안된다. 전남도의 대형 방사광가속기 추가 유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호남지역 시민사회단체, 학계, 기업, 정치권 등도 한목소리로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추가 구축을 바라고 있다. 산업화에 뒤처진 호남이 4차 산업혁명시대, 기초과학 등 첨단연구 분야에서도 낙후되어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정부도 늘어나는 국내 산업수요와 함께 국가재난 등 위험에 대비한 분산배치 차원에서라도 방사광가속기 추가 구축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대형 방사광가속기 11개를 전국에 고루 분산 배치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부도 추가로 방사광가속기를 추진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전남은 지금부터 철저하게 준비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향후 대선 공약에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과학기술 기반시설이나 새로운 대형 국책사업 발굴에도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사실 호남은 과학기술의 불모지다. 산업은 더욱 초라하다. 그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나라 경제정책은 수도권과 경부축이 중심이 되면서 국토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최근에는 범수도권의 지속적인 확대가 충청권으로 쏠리고 있다.

전남 등 호남의 지속적인 인구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도 여기에 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보니 젊은층은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근본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변화를 이끌 물꼬를 트고 새로운 물길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는 비록 실패 했지만 ‘값진 경험’을 했다. 많은 시·도민들은 실패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전남도는 물론이고 광주시와 전북도 등 호남권이 똘똘 뭉쳐 ‘원팀’이 됐고, 한 달 여 만에 호남권 향우의 절반인 250여만명이 나주 유치 서명에 참여해 ‘호남의 힘’을 보여줬다.

특히나 도로와 철도, 공항 같은 SOC(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매몰돼 있던 지역사회의 인식의 틀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변화와 도전 없이는 전남의 미래는 없다. 과거 정치적 소외로 낙후됐다고 미래까지 포기해서는 안된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등 신성장동력산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

‘민선 7기’ 김영록 지사가 지역 미래산업을 이끌 프로젝트로 내놓은 ‘블루 이코노미’가 2년 차에 접어든다.

블루 이코노미의 6대 핵심전략은 바다·섬·갯벌·기능성 천연자원 등 전남 청정 자연자원을 활용한 ‘블루에너지’, 남해안 관광벨트 ‘블루투어’, 바이오 메디컬허브 ‘블루바이오’, 미래형 운송기기 산업 ‘블루트랜스포트’,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식량 산업 트렌드를 바꿀 ‘블루농수산’, 스마트도시 ‘블루시티’이다.

하나 같이 지역의 혁신 성장과 일자리 창출,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프로젝트다. 이를 토대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방사광가속기를 능가하는 대형프로젝트 발굴을 준비해야 한다.

김영록 지사는 최근 실·국장 정책회의에서 “(공직자들은)수시로 전문가 그룹과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해 정부의 정책 방향을 잘 살피고, 그에 대응하는 새로운 대형프로젝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국장과 공직자들에게 혁신적 아이디어 발굴, 중앙 정부나 정치권과 긴밀한 협력·소통을 통한 논리개발, 정책대안 마련 등을 위한 부단한 노력을 주문했다.

전남도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해상풍력, 드론산업, 미래형 이동수단인 e-모빌리티, 백신산업 등은 국가적 관심사가 커 미래 전략산업으로 발전시켜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국책사업을 유치하려면 정치권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해당 자치단체의 철저한 준비와 빈틈 없는 전략이 선행돼야 ‘성과’을 낼 수 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도민행복시대’를 여는 척도는 공직자들의 노력과 도민들의 협력에 달려 있다. ‘아껴둔 땅’ 전남이 지닌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전략적 자원을 활용한 신성장산업의 발굴·육성에 전력투구해야 할 때다. 그 선봉에 선 전남도는 지금, 얼마나 ‘치열’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