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담장의 사전적 의미는 ‘집의 둘레나 일정한 공간을 막기 위하여 흙, 돌 따위로 쌓아 올린 것’을 말한다.

담장은 공간을 둘러막는 의미와 침입자를 방어하는 기능을 하고 있으며, 시각적으로 차폐의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담장을 언제부터 쌓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수렵시대를 거쳐 농경사회로 들어와 인간이 한 곳에 정착하고, 농사를 지어 곡물을 비축하면서 짐승이나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쌓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점에서 담장을 허무는 것은 오랫동안 형성되어온 전통과 관습을 깨는 것과도 같다.

때문에 현대인들에게 있어 담장을 허물고 개방한다는 것은 낯선 일이며, 담장 허물기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참여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제는 아파트가 주거문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고, 아파트의 경우 전용공간의 고급화에만 치중해온 터라 담장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또한 그리 높지 않은 것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확장과 도시의 쾌적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구성원, 즉 시민들이 접촉할 수 있는 공유 공간의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담장이라 하겠다.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는 아파트의 담장을 허물고, 그로부터 생겨나는 여유 공간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쉼터나 벤치, 화단, 조경석 등을 설치하면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구에서는 2005년부터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도심 속 부족한 녹지와 시민휴식 공간을 확충하기 위해 담장 허물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시행 초기에는 학교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추진해온 담장 허물기 사업을 이제는 아파트로 확장 중이다.

지난 14년간 38개소의 학교와 공공기관,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담장 허물기 사업을 펼쳐왔다.

총 18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었고, 정비 구간만 4.2km에 달한다.

작년에는 금호 시영아파트를 대상으로 낡고 부식된 철제담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꽃과 나무를 식재했다.

아파트 입주민과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최근에는 도시공사 1단지의 담장을 허물고 보도폭을 넓혀 열린 공간으로 조성했다.

도시공사 1단지 인도는 1.5m 남짓한 좁은 보도로, 20년 넘은 메타세콰이아 뿌리가 돌출되어 인도를 잠식하고 있었던 곳이다.

유모차, 휠체어는 물론 보행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가로수를 바꿔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쳤고, 이에 따라 인근 주민들은 물론 환경단체까지 나서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담장을 허물어 보행공간을 확보토록 한 것이다.

담장을 헐어버린 공간만큼 보도는 넓어지고, 경사면 자연석은 자연스럽게 경계로 형성되었다.

돌 틈 사이에는 사계절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푸른 녹지공간은 이 곳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었다.

담장 뿐 아니라, 시민들의 마음의 장벽까지도 허물게 된 것이다.

공동체의 의미가 갈수록 커지고, 사회적 가치의 의미가 부각되는 요즘 허물어뜨린 담장 만큼이나 시민들의 마음이 활짝 열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