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한 지상파 방송프로그램이 있다.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의 본국 지인 3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4일 동안 그들이 겪은 한국 여행기를 소개하는 리얼리티(reality) 예능이다. 한국인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관광지와 다양한 체험 거리를 제공하니 출연진들은 “한국이 최고예요”라며 연신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그것을 즐거워하며, 한국을 칭찬하는 것을 보노라면 은근 기분이 좋아지고 으쓱해진다.

사실 이 프로그램의 구성 즉, 포맷은 일본의 것을 차용했다. 일본이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밑그림으로 동양문화를 동경하는 외국인을 초대해 일본 문화와 관광지를 체험하게 하고, 그 모습을 방송했단다. 일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요즘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해 평가를 하는 콘텐츠가 은근 인기다. 비교문화적인 측면에서도 가치 있고, 우리나라를 되돌아보는 차원에서도 나름 재미가 있다. 유럽과 미국, 러시아와 심지어 탈북민들까지 등장해 ‘한국’에 대해 느끼고 경험한 것을 얘기한다. 그들은 한국의 강점으로 편리한 대중교통 체계와 지하철 운행, 공중 화장실,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를 든다. 총알 택배와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도 상위 순위를 차지한다. 김치와 불고기에 국한됐던 한국 음식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닭볶음탕과 떡볶이, 비빔밥 등이 인기가 많다. 식당 테이블에 붙어 있는 종사자 호출 벨과 식탁 아래에 장착한 숟가락통에 대해서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의 춤과 노래 즉, K-팝과 더불어 K-방역에 대해 언급을 하는 외국인이 많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두 가지에 대해 외국인들은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K-팝이나 K-방역은 잘 알것이구요”라며 추가적인 설명은 생략하고 자신들의 관심사에 집중한다. 더 얘기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거나 사족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워낙 잘 알려졌거니와 인정받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싶다.

실제로 정부의 명확한 방역 지침과 체계, 투명한 정보 공개, IT와 접목한 감염경로 추적 시스템 등은 세계가 인정한 사항이다. 여기에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자발적 대응 노력은 지난 IMF 국난 극복의 장면을 거듭 떠올리게 한다. 인구 150만 도시인 광주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30명에 불과했다는 것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서 신천지 참석자 9명과 해외 유입자가 20명이고, 지역 내 감염자가 한명도 없이 철저하게 방어했다.

코로나19 이후 ‘선진국’의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주장들이 많다. 세계 최고를 자부했던 미국과 그에 견주던 중국이 과연 얼마나 선진 국가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문화 선진국임을 자랑하던 영국은 제대로 손조차 써보지 못한 채 코로나19 사망자가 두 번째로 많아졌다. 복지 선진국으로 여겨왔던 북유럽 국가들은 하릴없이 바이러스 공격에 손을 들었다. 고대 로마의 후예라고 부러움을 받던 이탈리아와 남미를 정복했던 스페인도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선진국 대열에 끼어 있는 것이 의아할 정도가 됐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일부 품목을 제외한 제조업과 의료 시스템, 방역 기술, 시민의식 등 비교 우위의 자원을 자각하게 됐다. 전화위복, 새옹지마의 행운이라 생각된다. 이 참에 사회 각 부문별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몇 번째쯤, 몇 등쯤 되는지 대대적인 조사를 해보자는 일각의 목소리에 공감이 간다. 선진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스스로 뒤떨어져 있다는 열등감을 깨고, 자긍과 자부심을 갖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청와대가 전 국민 고용보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풀어야 할 과제가 많고, 향후 정부 부처와 국회 논의를 거치면서 상당한 진통을 겪게 될 일이다. 그럼에도 국가가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혼란 속에서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에 큰 안위와 희망을 느낀다. 청와대와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도 이런 노력을 경주했으면 한다. 코로나가 확인시켜준 불평등의 해소를 위해 사회안전망을 다시 짜는 기회로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