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새로운 판이 깔렸다. 그 판은 지금까지 전혀 겪어보지 못한 것으로, 전대미문의 상황을 맞았다. 이런 초유의 사태는 생소했고, 두려웠다. 그야말로 지각이 통째로 흔들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언제 종식될 지 아직은 아무도 장담못한다.

그로인해 문화예술 역시 멈춰섰고, 다시 판을 깔아야 했다. 전시와 공연 등 각종 문화예술 행사가 코로나19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1월20일 이후 공공문화 시설이 하나, 둘 문을 닫더니 사립 문화시설들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전시의 경우 설령 작품을 걸더라도 관람객은 거의 들지 않았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마음을 놓고 가서 작품을 관람하기에는 걱정도 되고, 한편으로는 꺼림칙해서 도저히 관람을 감행할 수 없었다. 오프라인상에서의 문화예술 향유가 막히자 생각해낸 것이 온라인상 문화예술 향유였다. 광주시립미술관과 광주문예회관 및 광주시립예술단 등이 온라인 동영상으로 대체해 전시와 공연을 유통하는 방안을 강구해냈다.

온라인상의 문화예술통로가 아니었다면 향유는 그야말로 제로 상태에 직면했을 터다. 여기다 영화관과 서점 등도 일제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필자 역시 1월20일 이후 현재까지 극장을 방문해 본 영화는 단 한편도 없다. 퇴근 후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영화 관람을 해결했다. 서점 또한 자제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안심하고 갈 수가 없었던 탓이다. 이처럼 문화예술 향유의 판 자체가 바뀌었다.

문화예술 소비자들은 가정에서 온라인으로 즐겼고, 생산자들은 관객들을 직접 대면할 수 없어 자구책으로 온라인 동영상으로 교감에 나섰다. 콘택트(contact·대면)가 안되니 언택트(Untact·비대면)에 나선 셈이다. 이는 언택트 문화의 생성을 불러왔다.

그러다보니 생산과 유통의 지각변동이 초래됐다. 생산자들이 작품을 내놓는 방식은 별반 다를 바 없지만 소비자들이 없는 상황을 감안해 만들어내야 했고, 소비자들은 작품을 간접적으로 대면해야 했다. 문화예술의 원본은 눈밖에 놓아둔 채 영상본을 통해 문화예술 갈증을 풀어야 하는 것이어서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상실감을 느껴야 했다. 문화예술은 직접 대면만이 원본에 대한 느낌을 100% 향유할 수 있다. 여기다 현장에서 감성과 만나 얻어지는 유무형의 이미지들과 자각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영상으로 접하는 문화예술의 감흥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성악이나 가요를 마치 라디오를 통해 듣는 듯한 방식이어서다. 라이브가 아닌 녹음본을 듣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영상본을 유료로 관람하라고 하면 꽤나 당황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불러온 관람문화는 생산자든, 소비자든 매우 곤혹스런 상황에 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19는 향후 문화예술의 생산과 유통이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문화예술의 생산과 유통이 기존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게 전개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 속 명맥잇기조차 어렵다는 점을 암시한다.

차제에 코로나19라는 예방주사를 단단히 맞았다고 여기기를 기대한다. 가뜩이나 구조가 열악한 문화예술계에 이보다 더한 바이러스가 습격할 수 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다시 바이러스가 대유행할 시 문화예술은 그대로 정지되고 말 것이다.



일례로 방탄소년단(BTS)이 굴뚝을 통해 벌어 들이는 다수 기업들을 일거에 대체해버릴 수 있을 만큼 그 파급력이 실로 엄청나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판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 판을 읽어내야 한다. 그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예술의 지형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이 앞으로 뿌리내릴 언택트의 양상들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