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 사회를 가보지 않은 길로 안내하고 있다. 모두가 처음 가는 길이어서 낯설고 두렵지만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2주간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나섰다. 하지만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숨 돌릴만하면 여기저기서 못된(?) 바이러스의 씨앗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글로벌 시민의식 대신 국수주의가 확산하고, 각국의 리더십은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스스로 ‘국제사회의 리더’라고 자부했던 미국의 위상 추락이 대표적이다. 모범은커녕 누적 확진자가 25만명을 훌쩍 넘어서는 최대 감염국으로 전락했다. 이젠 변방의 작은 나라로 여겼던 대한민국에게 구원의 손을 내미는 형국이다. 초강대국의 빈자리는 가장 먼저 ‘홍역’을 치른 중국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지난 200년 긴 세월 동안 미국과 함께 세계를 호령했던 유럽 국가들은 초기 안일한 대처로 급증하는 확진자와 사망자를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혼돈의 시대에 가장 눈에 띄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중국의 강제적 봉쇄정책과 대비되는 ‘민주주의 방역’이 세계인의 시선을 모았다. 국경 폐쇄도, 도시 봉쇄도 하지 않은 채 무증상자까지 대규모 검사를 시행하는 ‘한국식 모델’을 도입하려는 나라가 급속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이라는 공공의 재원과 ‘드라이브스루’ 검사와 같은 창의성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집단적 발병이 일어난 곳에는 타지의 수많은 의료인들이 자진해서 봉사에 나서고 각계의 후원 물품이 쇄도했다. 세계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로 확진자의 동선을 신속히 추적하고 발병 초기에 치료한 것은 치사율을 낮추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세계는 지금 이런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 초강대국인 미국은 물론, 사망자가 1만4000명을 넘어선 이탈리아가 우리 정부에 조언을 구하고 있고, 독일도 한국 정부의 방역 체계를 조명하고 있다.

‘방역의 롤모델’이 된 대한민국이지만 전염병 대처가 순탄치는 않다. 매일 매일이 새로운 경험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잦다. 집단 발병 초기에는 일시에 환자가 몰리는 의료 붕괴의 현실을 경험했고, 일상과 일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익숙하지는 않다. 너나할 것 없이 제집 드나들듯하던 해외여행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교육 현장에서도 사상 초유의 ‘온라인 교실’을 실험 중이다. 3월 개학을 우려했지만 이제는 4월 개학이다. 대학의 온라인 개강에 이어 초·중·고의 온라인 개학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곳곳이 아우성이다.

교육부는 물론 광주·전남 교육 당국도 초비상이다. 시·도 교육청은 지난주 구체적인 원격수업 시행안을 마련해 일선 학교에 전달했다. 인터넷 통신비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가이드 북’을 보급해 정규수업에 준하는 원격수업 관리가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몸부림을 너무 낭비로만 여기지 말자. 우리 사회가 언제 또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축적한다면 이는 미래 세대들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육 현장에서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디지털 학습 환경을 구축하고, 풍부한 학습 자료를 축적하며, 학생들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한 미래형 학습 프로그램 개발에 투자할 명분을 쌓았다. 교사들도 사상 초유의 학습대란을 겪으면서 학습량 부족과 학습 격차로 불안을 호소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특별한 사명감을 갖게 됐다.

인류의 역사는 병원균과의 전쟁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2년 메르스, 2014년 에볼라 등 바이러스의 변이가 인류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언제 또 다른 바이러스가 나타날지 알 수 없다. 이처럼 끝을 알 수 없는 병원균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넘어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오늘 내가 걷는 이 길은 나에게는 처음이지만 뒤 따라 오는 사람에게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