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21대 총선을 불과 30여 일 앞두고 선거구도는 지난 20대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20대에는 국민과 불통하고 일방 독주했던 박근혜 정부와 최악의 공천 파동을 벌였던 집권 여당을 향한 심판이 매서웠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152석을 얻었던 새누리당은 20대에선 122석을 얻어 30석이 줄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과 1석 차이로 제1당의 자리에 올라섰다. 지역구 253석 중 122석이 걸린 최대 승부처 수도권(서울ㆍ인천ㆍ경기)에서 81석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다만 승리는 반쪽뿐이었다.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에서 국민의당 돌풍이 불면서 총 28석 중 단 3석을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전국 비례대표선거 정당득표율에선 국민의당에 졌다.

4년 전 4ㆍ13 총선에는 한국정치의 ‘앙시앙레짐’(구체제)이 무너졌다. 30~40년간 계속된 지역구도가 전국에서 모조리 깨졌다. 영남에 야권ㆍ무소속이 진출하고, 호남에선 국민의당이 새로운 맹주로 등극했다. 호남에선 여권 당선자가 2명이나 나왔다.

하지만 21대 총선을 앞두고는 과거의 영호남 지역구도가 다시 살아나고 진영대결도 심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범진보 진영의 ‘연합’을, 미래통합당은 범보수 진영의 ‘통합’을 앞세우면서 양극단이 점점 굳어지고 있다.

양쪽 모두 외연 확장을 통한 ‘중도 끌어안기’에 나서면서 무당층과 중도층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특히 호남에서의 중도세력 쇠퇴가 역력하다.

지난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켰던 호남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과거 30~40년간 계속된 ‘민주당 쏠림’ 구도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전국을 무대로 횡행하는 진영대결에 크게 휩쓸린 탓으로 풀이된다. 호남은 보수가 외연 확장에 나서고 단단해질수록 민주당과 진보세력 쪽으로 결집해왔다. 역대 선거의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비근한 예로 조국 사태에서도 이런 추세가 또렷하게 확인됐다.

그렇다면 수도권에서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표심은 어떻게 될까. 수도권 호남 표심은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특별한 선택지가 없다면 진영대결에 휩쓸릴 공산이 커지고 있다. 불과 4년 전 ‘구 체제는 이제 끝났다’는 분위기가 사라지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듯한 정국 상황이 놀라울 따름이다.

호남도 ‘호남정치 복원’이라는 이슈를 내세우며 호남을 대변할 정당과 정치세력을 기대했던 지난 20대 총선과는 달리 진영대결에 휩쓸리면서 과거로 퇴행하는 듯한 모습이다.

4년 전 국민의당 돌풍과는 정반대로 집권여당의 청색 돌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때문에 광주전남에서 지난 20대 총선에서 배지를 단 국회의원들 가운데 이번 총선에 살아남을 의원은 민주당 소속인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 한 사람 정도가 유력해 보인다. 나머지 의원들은 각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들과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싸움을 치를 전망이다.

만일 이런 추세로 민주당 후보가 모두 승리하는 총선 결과가 도출된다면 21대 당선자는 역대 어느 총선보다도 평균 선수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선수가 많은 의원은 이 의원으로 유일한 3선이다. 이어 재선이 4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초선이다.

4선 이상만도 5명이나 됐던 20대와는 크게 달라진다. 물갈이 폭은 높아지는 반면에 경륜을 갖고 현안에 노련하게 대처할 의원들이 줄어들 전망이다. 호남을 대변할 목소리가 그만큼 작아진다는 얘기다.

더구나 민주당 후보들은 전국적인 명망이 있는 인사는 찾기 힘들고, 토착 세력이 대부분이다. 호남 정치가 새로워질 기대가 없지 않지만 정치력이 왜소해질 우려가 더 크다. 정당끼리 지역 패권을 놓고 다투던 경쟁도 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