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고형연료(SRF) 열병합발전소 가동 문제를 둘러싼 나주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갈등이 장기화 되고 있다.

최근 나주시가 법원에 제기한 ‘열병합발전소 가동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시설물 사용 승인이 이뤄졌지만 일부 주민들이 환경오염 등의 우려를 표명하면서 갈등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때문에 수 개월 째 지속 되는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난방공사, 시민 등이 모여 해결 방안 및 대안을 모색하는 ‘공론화’가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집단에너지 시설’ 8개월째 가동 중단

나주시 산포면에 위치한 열병합발전소는 정부의 ‘자원순환형 집단에너지 시설 설치사업’에 따라 준공된 시설로 혁신도시 공공기관 및 공동주택 등지에 열원을 공급한다.

집단에너지 시설은 관련법에 따라 60만㎡ 이상 택지를 개발한 지역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 대상 지역에 포함된다. 따라서 733만㎡로 조성된 나주혁신도시도 이 사업지에 포함됐다.

난방공사는 사업비 2800억원을 투입, 지난 2014년 착공에 나서 지난해 12월 준공을 완료했지만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설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혁신도시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들이 광주에서 반입되는 SRF의 사용을 놓고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앞서 난방공사는 지난 2009년 환경부, 나주시 등 전남지역 6개 시·군과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자원순환형 에너지도시 조성을 위한 폐기물에너지화사업 업무협약 합의서’를 체결했다.

당시 합의서에는 나주시, 목포시, 순천시, 화순군, 신안군, 구례군 등 전남지역 6개 시·군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 연료로 나주 열병합발전 시설을 운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난방공사는 이들 지역에서 생산되는 성형SRF가 연료 공급량(1일 444t)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 사용연료 방식을 한 단계 낮춘 비성형 SRF로 변경해 발전소를 시공키로 하고 지난 2014년 광주시와 지역 내에서 배출되는 폐기물로 만든 SRF를 나주 열병합발전소에서 사용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이에 나주시는 “당초 합의한 내용과 다르다”며 즉각 반발했고, 난방공사는 “합의서 내용 중 타 지역의 폐기물 연료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내용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SRF의 처리 정도 역시 갈등의 불씨로 떠올랐다.

나주시는 수분율 10% 이하로 압축된 성형 SRF를 사용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난방공사는 수분율 25% 이하의 비성형 SRF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해 당사자 참여 상생방안 모색을”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먼저 칼을 빼든 쪽은 나주시였다.

나주시는 지난해 12월 난방공사를 상대로 ‘발전소 가동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난방공사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가동이 중단되면서 42억5000여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 5월 광주지법은 “광주 등 다른 지역에서 배출된 생활폐기물로 제조한 고형연료를 발전소에 사용하는 것은 합의에 위배됐다고 볼 수 없다”며 나주시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나주시는 법원의 기각 판결이 나오자 더 이상 가동금지를 유보할 명분과 실익이 없다고 판단, 지난 달 시설물 사용 신청을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나주시는 입장문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위해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신속히 구성해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고 정부와 협의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난방공사도 당장 시설물 가동 승인을 얻어냈지만 나주 시민들이 환경오염 등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정상적인 가동을 위해서는 주민 동의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난방공사는 △연료사용 30% 절감 △광주 SRF 사용 최소화 및 대체수요처 확보 △환경영향조사 실시 등 주민 환경피해 예방조치 등 주민들과의 상생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시설물 가동을 놓고 양측의 입장이 ‘공론화’로 귀결되고 있는 만큼 공론화 조사 프로세스를 조속히 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난방공사 관계자는 “시설물 사용승인에도 불구하고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일방적인 가동은 하지 않겠다”며 “과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등 기존의 공론화 기법을 참고로 ‘시민참여형 조사’를 추진하고 분임토의 및 질의 응답 등 경청과 숙의를 거쳐 최종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