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의 내신 시험문제 유출 사례가 최근 잇따라 확인되면서 학교측의 성적관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광주 모 고교에서 발생한 시험지 유출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 학교의 경우 아들을 의대에 보내려는 학부모 부탁을 받은 행정실장이 교직원이 퇴근한 시간대를 노려 등사실 문을 따고 들어가 중간·기말시험 문제를 통째로 빼돌렸다. 학부모는 시험지 사본을 컴퓨터로 편집한 뒤 ‘족보’라면서 아들에게 건넸다.

한마디로 학교 내부자만 잘 구슬리면 얼마든지 시험지를 빼돌릴 수 있는 것이다.

이 학부모와 행정실장의 일탈로 가장 공정해야 할 학교 성적관리가 송두리째 무너지고 말았다.

문제는 이런 시험지 유출이 비단 광주 모 고교에서만 일어났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서울과 부산에서 이와 유사한 사고가 터졌음에도 시간이 지나면 번번이 재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오늘 최근 시험지 유출파문과 관련 내신 시험문제 유출 관련 긴급회의를 연다고 한다.

학업성적 관리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요령을 제외하면 대부분 각 시·도 교육청과 일선 학교가 자체 규정과 지침을 바탕으로 시행한다. 내신 시험문제 출제·보안·관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각 시·도 별로 지침이 다른 데다 시험문제 유출 사건 등이 발생해도 대부분 학교와 교육청 차원에서 조사가 마무리되는 만큼 중앙정부 차원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일선 학교에서는 시험지 잠금장치를 제대로 하는 등의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곳도 있고, 이번 광주의 사고처럼 실제로 학부모와 행정실장이 문제를 빼내는 도덕적 해이가 일어난 학교도 있다.

특히 사립학교가 문제다. 성적조작은 성폭력·금품수수·체벌 등과 함께 교원 ‘4대 비위’에 해당하므로 국공립 교원은 적발되면 무조건 파면 또는 해임이지만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징계 권한이 학교법인에 있어 사립학교의 도덕적 해이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시험지 유출이 애초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보안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