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긴 여행이다. 여행에는 갖춰야 할 준비물이 있다. 안내자도 있어야 한다.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목적지에 가려는 이유를 먼저 찾아야 한다. 그곳에서 무엇을 보려는지, 무엇을 경험할지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준비를 해야 한다. 먼 여행지를 떠나 길을 나서면 예상치 못한 낯선 상황에 마주친다. 마주친 상황은 과거 경험의 사진첩에서 찾아낸 해결방식으로 대처한다. 그런데 대개 여행지는 경험하지 못하는 곳을 가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 문화에 대한 존중과 포용, 적응이 필요하다

상담 장면에 선 사람들은 인생의 과정에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잠깐 몰아친 폭풍우 때문에 잠시 길을 잃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부모의 이혼, 아버지의 잦은 폭력으로 이글거리는 마음의 불덩이를 안고 분노를 쏟아 낼 대상을 찾아 헤매이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애초에 잘못된 지도를 들고 길을 나선 사람도 있다. 최근 들어 돈에 안달 난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오로지 돈이 목적인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돈의 눈으로 쫓아가는 미래는 어떤 세상일까?

주 52시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노동생산성에 대한 관심은 예외로 하고 우리는 너무 과업 중심적인 삶을 살아왔다. 일만 하며 살아왔다. 가족이나 주위를 살필 틈도 없이 저 높은 곳만 바라보며 살아왔다. 가족을 위한다며 평생을 일중독자로 살아오다 은퇴를 하면 가족이 외면한다.

이들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다. 기막힌 역설이다. 이 때 허무와 회의가 밤도둑처럼 덮친다. 이때서야 자신과 대면한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그동안 사회적 역할 속에서 광대 노릇만 했기 때문이다. 페르소나를 쓰고 자신이 쓴 가면 역할의 장단에 놀아나다 가면을 벗은 자신의 모습이 낯설기 때문이다. 직장과 사회생활에서 보여준 모습과 집과 가정에서 보여준 모습이 너무 다른 사람들이 전형적으로 나타내는 패턴이다. 이때 나에게 보여준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위로와 공감은 분열된 마음을 감싸주는 엄마의 품이다.

여행에는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 가지 않아야 할 길에서는 돌아와야 한다. 욜로족이나 소확행 같은 신조어들은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게 한다.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희망과 목적이 없는 암울한 미래가 낳은 현상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만족을 느끼면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이 얼마든지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한편 청소년들은 여행 중 심각한 로드 킬을 당하고 있다. 부모들은 자신이 경험한 삶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자녀들이 직접 경험하면서 체득해야 할 지식과 지혜들을 없앤다. 이 경험은 인생길을 걸으면서 마주치는 수많은 장애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가드레일인데도 말이다. 이들은 경험 결핍장애를 일으킨다. 경험의 결핍은 인간의 삶이 아픔과 슬픔, 고통과 분노, 인내와 쓰라림과 수치와 기쁨과 행복의 조화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음악임을 알 수 없다. 인생의 오묘한 소리를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없다. 이렇게 자란 자녀들에게 부모는 단지 돈지갑의 역할만 하게 된다. 물려 줄 정신적인 유산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있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면 목적에 타당한 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과정이 생략된 결과는 있을 수 없다. 사람들에게 횡횡하고 있는 한탕주의, 시험지를 빼돌려 좋은 성적을 얻게 하려는 엇나간 부모를 통해 개인의 이익보다는 조화와 평화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평화와 조화는 자신을 존중한 만큼 타인을 존중할 때 가능하다. 자신과 타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한계를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또한 모든 행동에는 원인과 그에 따른 결과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타인에게 기여할 바를 찾으면서 공동체 감각을 길러가는 것이 평화와 공존을 위한 삶의 기초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눈으로 무엇을 보며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