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2000년 제3회 광주비엔날레를 관람하기 위해 왔었고, 2014년에 사키마미술관에서 소장 중이던 케테 콜비츠의 작품이 광주비엔날레에 대여돼 전시됨에 따라 한차례 더 방문했었습니다. 지난 2000년에도 느꼈지만 광주는 ‘광주정신’이 있고, 이를 계승하려는 노력에 감명을 받았어요. 이런 측면에서 광주문화를 존경하고 있습니다.”

‘세계 민중 판화’전(5.10~8.12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3·4전시실)과 관련해 ‘케테 콜비츠의 삶과 작품세계’를 주제로 18일 오후 2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강연을 위해 광주에 온 일본 오키나와 소재 사키마미술관의 사키마 미치오 관장은 강연에 앞서 이날 오전 상무지구 라마다호텔 로비에서 만나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사키마 미치오 관장은 먼저 강연에서 다룰 독일 프롤레타리아 회화의 선구자인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에 대해 언급했다. 오키나와에서 케테 콜비츠를 전시하고 다루는 이유와 대여 전시 중인 15점을 다룰 뜻을 내비쳤다.

“케테 콜비츠는 전쟁으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마음을 갖고 있고, 그 슬픔을 표현하고 있죠. 콜비츠의 심정과 같은 어머니들이 오키나와에 많아요. 이번 광주시립미술관에 대여 전시중인 15점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은 제가 미술가가 아니고, 수집가니까 그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이죠.”

이어 그는 케테 콜비츠 작품 60점과 한국의 홍성담·이윤엽 작가 작품 을 포함해 일반 작품 1000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수집배경에 대해 옥션을 통해 매입을 한다는 설명이다.

“저는 소장의 기준으로 ‘민중 문화’를 중심에 두고 판단합니다. 일본 근세 에도시대 때 유행하던 풍속화 ‘우키요에’가 있었는데 그것으로부터 소장을 시작했죠. 전문적으로 미술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미술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민중과 연관짓지 않은 작품은 별로 의미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사키마미술관의 사키마 미치오 관장이 18일 오후 2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한 강연 모습.

이런 연유 때문에 현재 사키마미술관에서는 히로시마 원폭투하 때 현장에 직접 가서 부부간 공동으로 형상화에 나섰고 오키나와 전쟁을 많이 그렸던 마루키 이리와 마루키 토시 부부전이 메인전시로 열리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이처럼 전쟁에 대해 상기해야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인간은 비참한 기억일수록 잊고 싶어해요. 그것을 잊으면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나죠. 이게 인류의 역사입니다. 전쟁을 상기시켜야 또 다른 전쟁이 안 일어납니다. 마루키 부부도 원폭 투하 후 바로 히로시마를 가서 비참한 광경들을 목도하고 작품으로 남겼지요.”

그는 다시 광주비엔날레의 기억을 더듬었다. 18년전 일이라 다소 헷갈린다면서 2000년 광주비엔날레 당시 재일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를 연 하정웅컬렉션이 인상깊었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하정웅 선생과 사키마미술관 간 교류전을 열기를 희망했다.

특히 일본 미술과 한국 미술의 차이에 대해 사회성 반영 유무로 설명했다.

“일본 화가들은 사회문제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의 민중미술은 사회와 직접 대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키마미술관과 광주시립미술관의 교류에 대해 덧붙였다.

“서로 통하는 것이 있는데다 배울 것이 많아 교류를 생각합니다. 소중한 인연이죠. 문화적 교류를 계속 하다보면 새로운 것이 생길 것입니다. 미술 외 다른 장르의 교류는 물론 아시아권으로 교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사키마 미치오 관장은 17일 저녁 광주에 도착, 18일 강연을 소화한데 이어 광주시립미술관 수장고를 포함해 전시와 하정웅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을 둘러본 뒤 오는 20일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