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선조들이 사용한 여름나기 생활도구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된다.

옛 광주읍성 동문 터에 자리한 비움박물관은 여름기획전 ‘보물이 된 대나무 땀과 눈물, 그리고 아름다움’을 오는 8월17일까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우리네 일상 곳곳에 스며있던 예술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유물인 대나무 민예품(民藝品) 700점이 출품돼 선조들의 지혜를 되새기고 있다.

특히 전시 유물들은 서민들이 실제 사용한 것들로 형태와 생김새가 제각각이고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종류가 많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시장에는 얇은 대나무를 하나하나 엮어 커튼처럼 사용했던 발과 대나무로 만들어 공기가 잘 통하는 찬장, 곡식을 잘게 부순 가루를 일정한 크기로 걸러 낸 체, 음식물에 습기를 빼거나 말리기 위해 쓰던 채반 등이 출품됐다.

또 물고기가 쉽게 나오지 못하게 입구는 넓고 들어갈수록 좁게 만들어진 통발, 물고기를 잡기 위해 썼던 낚시 바늘, 가축의 털을 고르던 빗까지 대나무를 소재로 한 아름답고 실용적인 민예품들이 가득하다.

전시장 한 편에는 누구나 쉬었다 갈 수 있는 대나무 평상이 마련돼 삼삼오오 대청에 모여 죽부인을 끌어안고 이야기꽃을 피우던 향수를 자극한다. 한쪽 벽에는 계절에 어울리는 시들이 적혀있어 평상에 앉아 시를 읊으면서 더위를 식힐 수 있다.

대나무로 만든 통발과 낚시바구니 등이 전시돼 있고 한 쪽 벽에는 낚싯바늘이 걸려있는 모습

이와함께 보리밥이 쉬지 않게 보관하던 밥바구니를 매달아 놓았다. 기성세대들에게 바람따라 대롱대롱 춤을 추던 처마 밑 밥바구니를 바라보던 추억을 상기시키고도 남는다.

관람객 김희순씨는 감상평을 통해 “손때묻은 유물들을 보고 있자니 삶의 일부분이었던 옛 생각이 많이 난다. 효용가치에 의해 사라진 유물들이 이제는 생활용품이 아니라 예술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선조들의 높은 격조와 세련된 솜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영화 비움박물관장은 유물들에 대해 “지난 반세기 동안 플라스틱에 밀려 버려진 것들을 예술의 거리 토요장터와 전국 곳곳을 다니며 모았다”면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현대인들이 우리 부모 세대가 사용했던 물건들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매주 일, 월은 휴관이다.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 7000원, 어린이 5000원이며 특별전 뿐 아니라 전관을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62-222-66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