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작가그룹 ‘꼬레라숑’(COREElation)은 광주와 불란서 판화 교류를 주도하는 유일의 단체다. 단체명인 ‘꼬레라숑’에서 COREE는 ‘한국’을 의미하고, lation은 ‘교류’를 의미한다. 2007년 결성돼 출범 11년째를 맞았지만 그로부터 1년 전인 2006년 광주의 노정숙 작가가 프랑스에서 전시를 열 당시 파스칼 지하흐 작가와 연결된 것이 그 시초다. 그로부터 양국의 작가들은 광주와 프랑스를 오가며 작가와 작품 교류 및 친목 도모에 이르기까지 판화의 대중화와 저변확대를 꾀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가 아닌, 타국에서 광주를 위한 작가 모임이 결성돼 열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더한다. ‘꼬레라숑’의 작가들은 2006년과 2008년 잇따라 국제판화워크숍에 개인별로 참가했고, 2007년 루앙, 2012년 광주, 2016년 그랑꾸룬에서 전시를 열었다. 2년 후인 2020년에는 프랑스에서 광주작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꼬레라숑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꼬레라숑의 네번째 전시를 맞아 광주를 방문한 프랑스 작가들 중 주축역할을 하고 있는 파스칼 지하흐(Pascal Girard)와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모리스 메일라흐(Maurice Maillard), 뤽 티브흐(Luc Thiburs)로부터 양국 작가 및 작품 교류, 미래 판화 발전 방향, 계획 등에 대해 차례로 들어본다.



“한국 판화의 역사가 프랑스를 포함한 서양 판화의 역사보다 더 오래됐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목판화가 오래 전부터 자리잡고 있었죠. 프랑스는 같은 재료를 가지고 작업을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오지만 한국 판화는 그렇지 않더군요. 이미지가 매우 풍부했습니다. 프랑스 작가들이 광주작가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유럽 전통오리지널 동판기법을 고수하고 있는 작가이자 시인으로 활동 중인 가운데 ‘꼬레라숑’을 실질적으로 태동시킨 장본인으로 지난 12일 오전 전남대학교 용지관에서 열린 ‘오리지널 판화의 이해와 워크숍’에 앞서 만난 파스칼 지하흐는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그는 먼저 판화의 매력에 대해 언급했다.

“판화는 지난 시간을 새길 수 있습니다. 흔적 같은 것 말이죠. 그래서 삶과 죽음의 문제를 탐구할 수 있구요. 다시 말하면 생성과 소멸을 새길 수 있다는 게 최고의 매력이죠. 마치 판화의 과정이 삶이 흘러가는 과정과 유사해 그런 삶의 흔적들을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꼬레라숑’이 한국작가와 프랑스작가 간 친목은 물론이고 판화 및 미술교류 단체라는 점을 설명한 그는 동양의 판화를 초기부터 계획했다기보다는 끝까지 작업을 해나가는 데 있어 이 과정을 하나의 예술 흔적으로 본다는 의견을 견지했다.

프랑스의 판화는 자유스러운 반면, 한국은 계획적 판화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이는 불교적 영향으로 제한된 표현이 있지만 거기에는 선이 있다는 점을 밝혔다.

목판화가 종교에서 나왔다는 점을 빠트리지 않은 것이다.

“광주판화는 다이나믹하다 할 수 있어요. 풍부한 이미지들이 많이 보여 이런 점이 저는 좋습니다. 이 풍부한 이미지는 동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의 발로로 삶의 메시지나 언어를 근거로 전개된다고 봅니다. 프랑스는 동판화가 주류지만 광주는 동판화를 하는 작가도 있지만 목판화가 주류라는 점을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전남대 용지관에서 만날 수 있는 파스칼 지하흐의 작품

특히 그는 프랑스 판화 현주소에 대해 진단했다.

판화예술 수요가 늘고 있지만 서양화 등에 비해 많이 열악한 점이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으면서 판화는 어떻게 새기느냐보다는 어떻게 찍느냐가 중요하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이어 이번 전남대 용지관 전시에 출품한 작품 ‘Hollyhocks’에 대해 묻자 나무를 주제로 ‘시’(詩)를 병행하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Hollyhocks’가 접시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시를 모태로 영감을 받아 작업을 한다고 밝힌다. 우정을 중시한다는 그는 주위 루이스 포께(Luis Porque)라는 스페인 출신 기자가 시를 병행하고 있는데 그의 시로부터 영감을 얻어 작업을 전개한다는 반응이다.

“주로 동판화인데 주제가 나무예요. 넓게는 사람과 자연을 주제로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연이라는 게 인간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죠. 자연으로부터 생성과 소멸을 얻기 때문이죠. 저는 의외로 동양적 사고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탐구하는 데 주력하죠.”

마지막으로 광주와 5·18민중항쟁에 대해 묻자 ‘다이나믹’과 ‘짧은 기간 민주주의 성취’라고 답했다.

“광주는 다이나믹한 도시입니다. 다이나믹한 와중에도 시간을 내 토론을 하는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프랑스는 주구장창 이야기만을 하죠. 5·18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진취적으로 저항을 했잖아요. 프랑스 사람들이 광주사람들에 많이 배워야 합니다. 프랑스가 민주주의 역사가 더 오래됐지만 광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이뤘죠.”

2006년 ‘국제판화워크숍’ 참가차 우제길미술관을 방문한 데 이어 이번이 광주 두번째 방문인 파스칼 지하흐는 동료 작가 2명과 지난 9일 광주를 찾아 단체전과 연계전시, 초대전 및 워크숍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7일 프랑스로 돌아갈 계획이다.

그는 프랑스로 돌아가 9월 루앙시 인근에서의 전시와 오는 2019년 4월 그랑꾸룬시 전시를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