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을 통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 지연이 노골적이다.

광주지법에 따르면 전 씨의 변호인은 어제 그에 대한 형사재판을 오는 8월 27일로 변경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증거가 방대해 검토를 완료하지 못했다”고 기일변경 신청 사유를 들었다.

기일변경은 이번이 두 번째로, 전 전 대통령 측은 지난 5월 28일 예정됐던 첫 재판에 대해서도 기일변경을 신청해 오는 16일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지금까지 뭘하고 있다가, 재판 기일이 임박해서야 다시 재판 일정을 연기하는 것인가. 이는 명백히 재판 지연을 노린 수작이다.

전씨 측 변호인은 전날에도 광주지법 형사8단독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 재판부 이송신청 및 관할위반 주장을 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씨는 지난해 4월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부정하며 이를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해 조 신부 등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5월 불구속 기소됐다.

전두환은 자신의 회고록이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내용을 수정해 재출간했으나, 이 역시 진실을 왜곡하고 관련자들의 명예를 훼손해 다시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출간과 재출간으로 5월 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기소되자 갖가지 핑계를 대서 재판을 지연시키다니, 이 정도라면 어깃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참으로 뻔뻔한 사람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살인마이다. 38년이 지났음에도 그에게서 반성의 기미는 찾아볼 수 없다.

법원은 두 번까지 전씨의 재판 연기를 받아들였으나, 지연 수작이 명백한 만큼 세 번째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정씨 측이 재판 연기의 근거로 주장한 ‘방대한 증거 검토’는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에 증거가 있으면 얼마나 있을 것이라고 두 차례나 재판 연기란 말인가.

지금 광주시민들은 그가 하루라도 빨리 죄값을 받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