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에서 내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더한 5포, 꿈과 희망을 더한 7포, 이 보다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N포세대로 불리고 있는 청년의 현실은 암울하다.

그렇다고 중년세대라고 크게 나은 것 같지는 않다. 자녀부양과 부모봉양의 책임은 그대로인데 이른 은퇴로 노후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100세시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수가 오히려 고통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이 같은 어려운 현실의 중심에는 내수부진이 있다. 내수부진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인구감소다. 그러나 인구를 지탱해줄 수 있는 출생아 수 감소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1960년대에 한해 100만명 이상이었던 우리나라 출생아수가 지난해에는 35만명 수준으로 낮아졌다. 합계 출산율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1.05이다.

이 같은 저출산·고령화는 우리 사회풍경을 바꾸고 있다. 산부인과가 줄어들고, 독서실 간판이 요양원 간판으로, 슈퍼마켓이 편의점으로, 예식장이 장례식장으로 바뀌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0년 대비 전국의 요양병원은 지난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사회 변화의 양상이다.

전남의 현실은 어떠한가? 농어촌 마을에서는 아기 울음소리 듣기가 어려워졌고, 들녘의 어르신들 평균 연령은 75세를 훌쩍 넘어섰다.

전남의 인구는 지난 2004년 200만명이 붕괴 됐고, 지난해에는 190만명까지 줄어드는 등 매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와 가임여성인구(15~49세) 비율은 전국 최하위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21.5%에 달하며 그 중 51%가 75세 이상이다. 최근 10년간 20대의 청년들이 교육과 일자리로 인해 한해 평균 6700명씩 타 지역으로 나가고 있다.

오는 2045년 전남의 전체 인구 10명 중 5명이 65세 이상 고령인구이고 인구 증감에 영향을 미치는 15~39세 청년층 비율은 2015년 대비 12.4% 급감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발표된 정부의 저출산 대응 추진방향을 보면 저출산 현상을 우리 사회 전반의 삶의 질이 악화된 결과로 인식하고 있다.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종합적 정책으로 전환해 출산 돌봄 부담은 대폭 줄이면서 차별과 사각지대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출산율 향상만을 위한 보육 위주의 단편적인 지원에서 주거, 일·생활·균형, 모든 아동과 가족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접근하고 있다.

전남도에서도 민선 7기를 맞이해 국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인구감소와 인구구조변화에 종합적으로 대응하고자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생애주기별 인구정책 종합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출산·보육·교육 인프라 확충과 촘촘한 돌봄체계 마련으로 출산율을 높이고, 에너지·생물 의약 등 신산업 육성, 국가기관 유치, 청년 창업 지원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다른 지역 사람이 전남도로 더 많이 들어오게 만들고, 전남도의 사람들이 타 지역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또 최근 늘고 있는 귀농·귀어·귀촌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베이비부머 은퇴세대 맞춤형 전입을 유도하는 정책도 펼쳐 나갈 계획이다.

전남은 전국 제1의 농수산업 중심지이고, 섬과 숲 등 우수한 천혜의 자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빛가람 혁신도시 등이 에너지밸리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발전 잠재력이 매우 크다. 이 같은 강점을 활용해 인구유입정책을 추진한다면 현재의 위기는 곧 기회가 될 것이다.

인구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당장에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기 어렵다고 해서 이 상황을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다음 세대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긴 호흡을 가지고 인구문제 극복을 위해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내 삶이 바뀌는 전남 행복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 인구가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