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국군광주병원 내 공간에 조각 설치 작품을 ‘2018광주비엔날레’ 때 선보이기 위해 작업으로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는 태국 출신 현대미술가이자 실험영화 감독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은 201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오픈 당시 5·18광주민중항쟁을 알게 됐다고 말하며 밝힌 내용이다. 그가 묵고 있는 호텔 로비에서 만나 앞으로의 작업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그는 5·18광주민중항쟁과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면서 5·18과 태국과의 차이를 잊지 않고 들려줬다.
“광주는 5·18을 통해 민주화가 됐지만 태국은 그런 일을 겪고도 민주화가 되지 못했다는 차이가 있어요. 태국에서는 학생들의 정부비판 시위가 열렸는데 5·18광주민중항쟁으로부터 자주 영감을 얻었습니다. 5·18에 대한 지식과 역사인식, 공간이나 흔적들을 존중합니다.”
이에 따라 그는 옛 국군광주병원이 사적으로서 중요한 지점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공간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면서 작업을 펼칠 예정이다. 추후 트라우마센터로 바뀔 계획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관람객이나 시민들에게 지금의 상태를 기억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둘 요량이다. 이는 그가 장소에 대해 보여주는 존경의 행간이다. 먼지 하나라도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행간들만 보더라도 그가 먼지 하나 건드리지 않으면서 원형 그대로 살려 작업을 전개할 것이라는 점을 직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는 이 공간을 쾌적한 전시공간을 이유로 청소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역사적 장소 자체에 대한 변형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지금 건물 자체가 굉장히 의미있는 작업이에요. 제 작품은 ‘NO 메시지’라고 할 수 있어요.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에 관한 감정으로 관람객들 각자가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건물 자체나 장소가 굉장한 느낌을 준다고 봅니다. 낮과 밤, 다른 이야기가 많을 것입니다. 이 장소를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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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그동안 국군광주병원 내외부의 현재 방치된 모습이 관람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도록 하는 한편, 관람객 나름의 의미와 해석을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는 작업의 취지와 궤를 함께 한다.
다만 그는 ‘2018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하고 나서 이틀동안은 밤까지 개방하기로 했지만 오픈 시간이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한정적이기 때문에 개방시간이 다소 짧다는 아쉬움이 커 오픈 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위험한 환경 때문에 어린이 등 전시 관람층에 대한 제한을 둘 생각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그는 광주비엔날레 이후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태국을 벗어나 영화 제작에 나선다. 그는 콜럼비아에서 촬영을 진행해 오는 2020년 개봉할 계획이다. 태국이 아닌 곳에서 제작된 그의 첫 번째 영화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병원 내부의 환경 때문에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처음에는 마스크도 쓸까 생각을 했지만 건강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북경에 가 있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구요. 앞으로 작업은 로보틱(Robotic)하고 기계적인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이곳 디렉터들은 디렉터들대로 작업을 진행할 것이고, 저는 태국에서 계속 구상해 나갈 겁니다.”
그는 지난 5일 광주에 도착해 작업을 진행했으며 6일 저녁에는 국군광주병원의 밤 느낌을 위해 방문했다. 지난 8일 출국했으며, ‘2018광주비엔날레’ 개막 일주일 전 다시 광주를 찾아 작업을 최종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