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이 아닌 전임 시장임기와 맞춤으로써 새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추측된다. 어찌되었든 그동안의 노고에 개인적으로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지역 문화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지역 미술계 현안과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왔다.

전임시장 체제에서 기득권을 가진 지역 문화권력들은 막후에서 모든 미술계 의사결정에 관여하면서 미술계 발전을 더디게 만들었다.

이들은 시립이건 사단법인이건 재단이건 등 어디든 권력이 될 만한 곳이라면 적극적으로 인사에 개입하고 자신의 입김을 불어넣음으로써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를 예술계에서는 라인문화라 한다.

광주시장은 바뀌었지만 문화권력의 라인문화는 불변했다. 언제까지나 문화권력은 치외법권처럼 군림해왔다.

민선7기 이용섭 광주시장이 취임했다. 벌써부터 문화계 인사에 무수한 하마평이 들리고 있고, 기득권 문화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스템이 변하리라고 생각하는 예술인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새 시장 취임으로 새바람을 기대했었건만, 후임 시립미술관장 인사 하마평을 놓고 벌써부터 들리는 소문은 변화를 기대하는 미술인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전임 교수, 미협회장, 여류화가 대표, 언론인, 중견예술가 출신 등 기득권 문화권력들의 이름이 또 오르내린다. ‘일신의 명예와 탐욕이 예술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이라도 써야 할 판이다.

새로운 시립미술관장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기관장의 역할이 무엇인지, 지역예술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위상을 어떻게 만드는지,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정책결정에 어떻게 직간접으로 참여하는지, 문화예술정보 시대인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

문화행정 능력과 문화도시에 걸맞는 수준 높은 전시기획에 대한 선진 마인드가 갖추어져야 한다. 개인 욕심만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며 문화예술관광 도시로 미래성장동력을 만들어가야 할 비전과 철학이 갖추어진 인사여야 한다.

지금 하마평에 오르거나 또는 인사권자의 눈에 띄기 위해 로비하고 있는 문화권력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과연 지역미술을 국제적으로 견인하고 수준 높은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향유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광주·전남의 여타 시각예술 국제행사와 연계된 시너지를 만들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을 줄 수 있는지, 문화예술을 관광과 융합된 산업화를 만들어 시민뿐 아니라 예술인의 복지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문화예술계 기관장은 광주 문화예술계를 진두지휘하는 사람이다. 이런 막중한 자리를 문화권력 기득권의 입맛에 따라 혹은 시장 개인의 친불친에 따라 결정해서는 안 된다.

예술인을 기관장으로 임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예술인이 행정을 맡을 경우 필연적으로 친불친, 즉 라인문화가 뒤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업무파악과 조직관리, 행정에 대한 어떤 경험도 없이 자신의 분야에 충실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친불친의 유혹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

현재 전국 어디 국공립미술관도 예술가 출신이 관장을 하는 경우가 없다. 기획과 행정에 전문적인 문화기획자들이 맡고 있다. 가까운 전북도립만 하더라도 공모를 통한 검증으로 문화기획전문가를 초빙했다.

문화계 기관장 인사를 추진할 때는 반드시 응모자의 확실한 비전과 철학을 드러내고 그에 걸맞는 운영계획서를 공개한 뒤 이를 지역 문화계가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역 문화계는 공유된 의견을 모아 인사권자에게 전달하고, 인사권자는 이를 적극 반영할 때 진정 시민 중심의 인사행정이 이뤄진다고 할 것이다.

수십 년 째 기득권 문화권력에 의해 문화계 인사가 좌지우지되어서야 어디 광주를 민주화 성지라 말할 수 있겠는가.

민선 7기 이용섭 광주시장은 행정의 달인으로 소문이 나있다. 행정의 만사는 인사라 했다. 소문이 진실인지, 문화계 기관장 인사로 증명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