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선거 결과를 색채로 표기한 지도에서 야당들은 외딴 섬으로 남을 정도로 참패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역으로 국민을 가르는 지역주의와 색깔론의 분열주의 정치가 이번 선거를 통해 끝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과연 그럴까.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촛불시민혁명의 연장선상’, ‘한반도 평화를 기대하는 국민의 바람’이리는 풀이도 있다. 10년 전 보수 쪽으로 기울어 진 운동장이 이번에 진보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의 ‘지역주의 정치의 종말’ 언급은 무슨 의미일까.

그가 모셨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해소’를 평생의 과업으로 여겼다. 노무현은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진보진영 대통합을 주장하며 탈당하자 “열린우리당 창당은 (민주당의) 분당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해 TV 신년특별연설에서 열린우리당에 대해 “지난 1987년 지역 구도로 가기 전의 여야 구도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다시 흔들이고 있는 것은 지역주의의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자 당내에서 염동연 의원을 중심으로 민주당과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급기야 임종인 의원을 필두로 당 밖에서 ‘통합신당’ 창당을 위해 탈당하는 의원이 속출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호남 지역구 국회의원이 5명에 불과하고 원내교섭단체도 없는 꼬마 정당이었다.

노무현은 민주당과의 통합을 ‘지역주의로의 회귀’라며 끝까지 반대했다.

이 대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문 대통령이 ‘지역주의 정치 종말’을 선언한 만큼 민주평화당 등 호남 기반의 정치세력과의 통합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노무현과 함께 고민해온 지역주의가 해소됐는데 또다시 지역주의로 회귀 하겠는가.

민주당 의원들도 호남 정치세력과의 연정과 통합에 대해 부정적이다.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통합’이라니 ‘인위적인 개편’, ‘합쳐서 기대할 실익이 없다’느니 등을 빌미로 손사래를 치고 있다.

연대에는 찬성한다. 그것도 사안 별로 양쪽의 뜻이 맞는지 따져보고 나서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구축한 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모임’이 ‘개혁입법연대’를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연대가 성사될 가능성보다는 연대에서 소외될 다른 정치세력들의 반발이 더 큰 상황이다.

그렇지만 개혁입법들이 제대로 처리되려면 이런 방법 외엔 달리 해법이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호남 정치세력을 지역주의 정치 세력으로 보면서도 개혁을 위해서는 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호남 정치세력은 과연 ‘지역주의 정치세력’인가.

호남의 지역주의는 영남의 지역주의와 결이 다르다. 영남은 ‘패권적 지역주의’이지만 호남은 ‘저항적 지역주의’로 해석된다.

3공화국의 거점 성장을 중시한 불균형개발정책과 80년 5·18민주화운동, 90년 3당 통합 등의 낙후와 탄압, 소외를 겪으면서 자라난 호남의 ‘저항적 지역주의’는 역대 정권의 권력 핵심부를 장악하며 지켜온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의 대척점에 서 있다.

더구나 대다수 수도권 민주당 의원들은 선거 때마다 호남의 지지 없이는 당선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각 선거구 내 호남 향우회와 호남 출신들의 도움이 없다면 매우 어려운 선거가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분열된 채 치른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재집권에 실패했다. 그 실패의 여파로 많은 적폐가 쌓였고, 그 적폐를 청산하는 중이다.

9년 만에 촛불의 추동력으로 가까스로 정권을 얻고서도 민주당은 배부른 소리를 해댄다. 지역주의는 완화되지도 치유되지도 않았다.

세상을 바꾸는 개혁과 적폐청산을 기대하는 국민 앞에 오만해서는 안된다.

이 정부가 밝혔듯이 지역주의의 해결은 어쩌면 선거제도의 개혁에 있는지도 모른다, 다시 양당제로 회귀한다면 모든 정치와 이념이 또 흑백논리가 되고 정치발전은 후퇴하고 말 것이다. 이참에 소선거구제와 양당 독과점의 악순환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 그것은 촛불시민혁명이 이 정부에 부여한 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