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교수는 서두에서 표절과 문단 권력론, 그리고 이어진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Hash Tag) 운동과 미투 고발 운동으로 이른바 문단의 맨 얼굴이 세상에 공공연하게 알려졌다고 전제한 뒤 문단의 실상을 아는 이들에게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문단과 한국문학, 혹은 문단과 문학적인 것을 동일시해 무수한 사람들에게 이 사태의 충격은 컸다고 기술했다.
그는 최근 신경숙 표절 사태로 인해 다시 불거진 문단 권력 비판은 이미 1990년대부터 지속됐다고 본다. 이때 이를 갱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내팽개친 것은 문단의 독점세력이었다는 시각이다.
또 그는 “1990년 페미니즘 연구가 다양한 지점에서 문학 비판, 그리고 한국 문학 비판을 이어갔다”면서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 커뮤니티 등을 통해 문단 문학이 증오정치와 젠더 폭력을 정당화하고 재생산하는 담론의 원천이자 이를 정당화하는 담론 집성체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이 폭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문단 내 성폭력 고발과 미투 운동이 한국문학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공포에 찬 말도 떠돌았다”면서 “표절 사태와 문단 권력 문제에 직면해 문단권력으로 지목된 집단에서는 편집위원의 전격 교체 등의 형식적이지만 ‘혁신’을 위한 제스처와 후속조치를 내놓았지만 해시태그 운동과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형식적 후속 조치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 페미니즘에 대한 규정을 언급했다.
오늘날 페미니즘 운동은 문학 체제 내부로 편입되는 비동일화의 경향성 또한 여전히 갖고 있지만, 이전과 달리 전혀 새로운 페미니즘 문학계를 창출하고 확대하는 방향을 강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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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문학들’ 여름호 |
그곳에는 고은 시인의 시화(詩畵)가 설치돼 시민들과 만나왔는데 미투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철거됐다. 그동안 풍암호수에는 고은 시인의 시 ‘그 꽃’이 다른 시인들의 시화와 함께 설치돼 선보여왔다. 고은 시인의 ‘그 꽃’은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이라는 짧막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그 꽃’은 풍암호수작은도서관으로 가는 방향에 지역을 연고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시화와 함께 세워져 있었다. 한동안 지지대만 남아있었으나 최근 박관서 시인의 ‘집’이 새겨진 시화로 교체됐다.
시인의 성추행이 미치는 파장이 큰데다 산책 겸 운동을 위해 호수를 찾는 시민들도 성추행 전력이 있는 그가 아무리 한국시단의 권위자라 하더라도 작품을 계속 설치해 놓았다는 반감과 비판 여론이 일 수 있는 만큼 추후 말썽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광주 서구 관계자가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되새겨보자면 고은 시인의 성추행 전력이 이슈화된데는 최영미 시인이 2017년 12월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시 ‘괴물’을 발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영미 시인의 ‘괴물’에는 ‘En 선생’이 나오는데 시가 발표됐을 당시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최 시인이 올 2월6일 한 종편에 출연,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고발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이후 ‘미투’ 운동은 방송연예계와 정치계, 교육계 등 사회 각 분야로 확대됐다.
마지막으로 권 교수는 이제 한국에서 문학, 예술, 문화의 지형도는 이런 페미니즘 계를 빼고는 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 역동적인 페미니즘 계는 문학, 예술, 문화의 정치성을 매번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그 정치적 지향성을 통해 구축되는 새 페미니즘 문학계는 국립한국문학관이 구원하는 ‘한국문학’과는 유사점을 거의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화해 불가능한 거리와 낙차야말로 오늘날 문학과 정치에 대한 페미니즘 실천의 저항성을 가장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