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존재가 애완동물이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애완동물은 삶의 반려자로까지 올라서는 형국이다. 이런 형국 속에서 시인들의 애완동물에 대한 시각과 문학 안에서의 다양한 양상을 살필 수 있는 좌담이 마련됐다. 그것도 고양이를 키우는 시인들만 모인 좌담 자리여서 눈길을 끌고 있다.

1995년 3월 문예지로 등록된 이후 광주를 연고로 꾸준하게 계절과 해가 바뀔 때마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문인과 독자들을 찾아온 계간 ‘시와사람’(발행인 겸 편집인 강경호)의 여름호인 88호 특집 좌담에서다. 애완동물 중 고양이를 좌담의 주제로 해 논의를 전개했다.

‘여름날의 고양이를 좋아하세요?-시인과 고양이 사이의 예술적 길항관계’라는 타이틀로 다뤄진 이번 특집 좌담은 이혜미 ‘시와사람’ 편집위원의 사회로 길상호·신미나·이용한씨 등 고양이와 함께 하며 관련 책을 펴낸 시인들이 참여해 진행됐다.

이들 젊은 시인은 대개 고양이를 한 가족으로 맞아들여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경우다. 자신들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박학한 고양이와의 인연을 풀어놓고 있다. 사회자인 이혜미 시인은 두 마리의 고양이를, 신미나 시인은 이응을, 이용한 시인은 랭보와 루, 체, 니코, 생강이를 키우고 있다. 더욱이 길상호 시인은 문인답게 같이 기거하고 있는 고양이를 물어로 지은데 이어 나머지 고양이 이름을 운문이와 산문이로 짓는 등 재미있는 발상으로 명명했다.

시와사람 88호 표지

길상호 시인은 자신의 고양이에 대한 체험을 한 편의 시로 형상화했다. 그는 ‘기타 고양이’를 통해 ‘길 잃은 아기 고양이는/기타 속에 들어가 몸을 눕혔다//끊어진 바람을 묶어 새벽이/다시 골목을 조율하기 시작했다//…중략…//음계를 잃어버린 골목의 계단도/조금씩 술렁이기 시작했다’고 노래했다. 그는 기타와 고양이, 음악이라는 소재가 각각 다른 공간에 있던 것인데 이를 묶어 만들어낸 상상의 결과물이 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용한 시인은 시집 ‘우리의 죄는 야옹’에 등장하는 고양이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면서 고양이와 인연을 맺은 지 11년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고양이 별’이라는 동화책과 일력까지 포함하면 고양이를 주제로 어느덧 10권의 책을 펴냈다. 제가 고양이 작가로서 주로 하는 작업은 밥 주고 인연을 맺은 고양이들을 사진과 책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첫 책인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13쇄까지 찍었다”고 밝혔다.

그는 더 나아가 “자신이 고양이 책을 냈던 9년 전만 해도 시중에 나와 있는 고양이 책이 두 권밖에 없었다”며 “굳이 치료가 목적이 아니라도 이래저래 고양이가 인간의 정서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다. 인간사 야옹지마”라고 부연했다.

길상호 시인의 고양이인 물어, 산문, 운문(좌로부터)

‘이응옹의 집사’라고 소개한 신미나 시인은 고양이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식 자랑하는 팔불출 집사로 자신을 언급한다. 특히 고양이는 한번 안으면 중독성이 강해 헤어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데 자신에게 ‘마약’같은 존재라고 했다. 그는 “유신론자는 아니지만 고양이처럼 완벽한 피조물을 보면 신을 믿고 싶어진다”며 “신도 자신이 빚은 피조물을 보고 감탄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혜미 시인은 갈무리 말을 통해 고양이에 대해 “지금은 곁에 있지만 언젠가는 서로 다른 궤도에 올라설 것을 알고 있다”며 “그렇기에 볼수록 애틋하고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