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달 27일 밤 치러진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F조 한국-독일 경기를 보면서 필자는 내심 뿌듯했다.

몸값을 모두 합치면 1조 원이 넘는다는 독일 챔피언 팀이 75% 수준의 공 점유율을 보이면서도 90분 내내 대한민국 축구팀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그 와중에 대한민국 팀이 두 골을 넣어 2대 0으로 이겼다. 그것도 예측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1%로 점쳐진 승리 확률을 뚫고 말이다. 한국에 패한 독일은 무려 80년 만에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뿐만 아니라 독일이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에 패한 것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이번 경기는 축구 역사에서 몇 번 안 되는 이변 중 이변으로 회자 되고 있다.

사실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첫 경기 한국과 스웨덴전을 지켜본 시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건만 경기 내용이 영 아니었다. 무기력한 데다 투지도 없고 유효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두 번째 경기 멕시코전에서 선수들이 심기일전했지만,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국민의 비난과 질타가 이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심지어 말도 안 되는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오기까지 했다.

그런데 한국이 독일을 이겼다. 그동안 이런저런 비난과 욕설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대통령을 만나 눈물을 흘렸던, 그런데도 남은 한 경기라고 마지막 힘을 주던 선수들이 걸작을 만들어냈다.

투혼과 열정, 헌신을 쏟아낸 ‘꼴찌의 반란’은 모두를 장마철 한여름 밤을 뜬 눈으로 밖에서 보내고도 기분 좋게 했다. 비록 목표한 16강에는 실패했지만, 내심 뿌듯함을 느끼게 했다.

바로 ‘질 때 지더라도 제대로 뛰어 달라’는 축구 팬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기대를 선수들이 아예 저버리진 않았다고 하는 마음에서였다.



#2. 2일 민선 7기 지자체가 일제히 공식 출범했다.

광주·전남에서는 이용섭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를 비롯한 27개 시·군·구 단체장, 시·도의원 그리고 시·군·구의원 등 총 470여 명이 본연의 임무에 들어갔다.

지방자치 23년째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지방자치는 자치개념이 완성되지 못한 채 많은 곳에 허점이 남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새로운 권력이 들어설 때마다 ‘새 술은 새 부대’를 내세우며, 과거의 정책을 폐기하고 새로운 정책으로 채웠다. 내용은 비슷한데 포장만 바꿔 내놓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리고 짧은 임기 내에 모든 것을 마무리하려고 서둘렀다.

광주도 예외는 아니다.

민선 6기를 거쳐오는 동안 도시철도 2호선, 군 공항 이전, 어등산관광단지 조성사업,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정상화, 민간공원 특례사업 추진 등 굵직한 현안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한 채 결국 민선 7기 해결해야 할 숙제로 넘어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주민들은 알 수 없는 깊은 곳에서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민선 7기에서도 계속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맞은 민선 7기는 광주·전남의 각종 현안을 해결하고, 지역발전을 이뤄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사명감을 갖고 있다.

낙후된 지역발전을 위한 역동적인 사업을 벌여야 함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경제기반조성, 일자리 창출 등 너무나 많은 과제가 이들의 손에 달렸다.

이 같은 현안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에 민선 7기의 성패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민선 7기를 이끌 이들은 마음가짐부터 달리해야 할 것이다.

우선 지난 6·13 지방선거 때 주민과 한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고 실천해야 한다. 또한 정책은 입안과정에서부터 검증과 타당성을 거쳐야 하고, 이렇게 결정된 정책은 항구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리고 추진과정을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여기에 리더십을 발휘해 흐트러진 공무원 조직을 추스르고 오로지 주민만을 보고 일하는 조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자리에 현혹되어 민심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세월만 낚는다면 지역민 누구도 민선 7기 지역일꾼의 이름을 불러줄 이유기 없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은 민선 7기에 광주·전남발전의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고 믿고 있다. 마치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 독일전에 나선 한국축구가 해 주었으면 하는 작은 기대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