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또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1주일 후면 민선6기가 끝나고 새로운 민선7기 시대가 문을 연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자, 미래를 여는 열쇠라 했다. 민선6기의 행정을 곱씹어봄으로써 민선7기가 가져야 할 자세를 정립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민선7기 인수위가 구성된 뒤 지하철 2호선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이는 민선6기 초에서도 똑같이 발생했던 일이다.

민선6기 윤장현 광주시장 당선자가 운영한 ‘희망광주 준비위’의 일부 위원은 12년 동안 준비해온 도시철도 2호선 추진을 반대했다. 도시철도 2호선 추진은 이후 제자리걸음만 반복했다.

이후 지역사회의 여론이 악화되자 윤 시장은 ‘원안 추진’과 ‘지하철 형식 변경’을 오가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지난 1월 윤 시장은 임기 내 착공을 약속했으나 불과 한 달만에 ‘환경영향평가를 거친 뒤 착공’으로 번복하면서 결국 마지막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은 오래 전에 시민 공론화를 거쳤고 국비를 지원받아 추진돼온 사업이다. 이런 사업을 일개 시민단체나 개인적인 의견으로 재검토한다는 것은 행정이 아니라 폭력이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의 실익은 늘 논란이었고, 미래 일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설령 특정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2호선 건설을 추진할 경우 차후 막대한 비용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더라고 그것은 건설추진을 결정한 시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민선7기는 좌고우면하며 특정 의견에 휘둘리려서는 안 될 것이다.

민선6기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광주형 일자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자동차 회사의 고액 연봉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광주형 일자리의 아이디어다. 실현만 된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현실성이 없는 허황된 아이디어로 결론났다. 지난 4년 간 단 1개의 일자리도 만들지 못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연봉을 줄이는 일이니 노조의 동의가 필수적이나, 자신의 임금을 깎아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니 누가 동의해주겠는가. 민선6기 광주시는 현대기아차 노조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예산으로 노조의 시위에서 사용할 확성기까지 제공했으나 동의는커녕 지금까지 강력한 반발만 사고 있다.

노조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가 여의치 않자 민선6기는 광주형 일자리를 구현하겠다며 현대차를 끌어들여 직접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려했으나 계획된 투자협약조차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1대 주주를 자임하며 지극히 사적인 재화인 자동차회사를 설립해도 되는 것인지, 시민 함의를 이끌어 내지 않은 상태에서 2대 주주 모집부터 나섰다가 막다른 길에 봉착한 것이다. 특히 문화수도 광주에서 혈세로 자동차회사 설립이라니, 그 발상이 기이하다.

광주형 일자리 추진은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한 무리수로 애먼 행정력을 낭비시킨 사례이다.

문화분야에서도 타산지석 사례는 있다. 지난 2014년 제10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윤 시장은 홍성담 화가의 작품 ‘세월오월’이 정치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전시하지 못하게 했다.

문화수도를 표방한다는 광주시장이 예술가의 표현정신을 억압하는 일을 벌인 것이다.

나중에 윤 시장은 당시 그림 철수조치가 박근혜 정부의 압력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시민의 힘을 믿는 대신 정권에 굴복함으로써 광주의 자존심을 짓밟고 스스로 민주의 성지 단체장으로써 자격이 없음을 인정하고 말았다.

1주일 후면 4년 임기의 민선7기가 시작된다. 4년의 기간은 일 욕심을 부리는 사람에겐 참으로 짧은 시간이다. 당선자가 지역민들에게 약속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현재 광주는 실업난과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

또 광주 문화수도 사업을 제 궤도에 올려놓는 것도 절실하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7꼭지 가운데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사업만이 실행돼 있을 뿐이다.

이밖에도 도시철도 2호선 건립, 군 공항 이전 등 해결해야 할 광주의 현안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민선6기가 시작될 때도 이런 현안은 똑같이 존재했었고, 4년 동안 이 중 단 한가지도 해결하지 못했다. 제자리만 걸은 4년이었다.

민선7기는 달라져야 한다. 입으로만 떠드는 행정이 아닌 실천하는 행정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