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국무장관이 북한의 노동당 부위원장에게 비핵화 회담이 성공하면 북한도 뉴욕의 스카이라인 처럼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장엄하고 화려한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밝은 미래의 상징으로 말했다는 것이다.

얼마전 필자가 다녀왔던 미안마의 최대도시 양곤의 컴컴한 야경을 생각하면, 뉴욕의 화려한 밤풍경을 번영의 상징이라고 한 것에 공감이 된다. 뉴욕은 인구850만명의 미국 제일 도시이고, 맨해튼은 뉴욕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마천루 지역이다.

6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 30여개의 대부분도 맨해튼에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102층(443미터)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폭격당한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새로 세워진 104층 (첨탑124미터포함 541미터)의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도 여기에 있다.

거리에서 건물을 처다보면, 흡사 큰 대나무숲 속에서 하늘을 처다보는 것 같이 좁은천공이 아득하게 보여질 정도로 건축밀도가 높다. 고층건물에서 야경을 내려다보면, 공중에서 지구를 내려다 보는 것 같은 장엄함과 화려함에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페리를 타고 허드슨강의 입구의 리버티섬에 있는 자유여신상 앞을 지나면서 맨해튼을 바라보면 웅장하면서도 명확한 스카이라인이 매우 인상적이다. 스카이라인이란 산이나 건물 등이 형성한 윤곽선을 말하는데, 특히 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도시 마천루와 하늘이 만나는 윤곽선이다.

이는 개별건물의 높이와 형태가 집합하여 만들어 낸 도시 모습의 함축으로써, 외부세계에 드러내 보이는 도시인상역활을 한다. 필라델피아의 도시계획 실행위원장으로써 오늘날의 필라델피아 도시골격을 만든 에드먼드 베이컨은 건물과공간 사이의 접촉지점이 건축형태이고, 이것의 집단성이 스카이라인이라고 했다.

형태와 공간의 경계에 대한 철학적 관계가 분명하지 못한 도시에서는 건축형태도, 스카이라인도 무질서하게 된다. 도시적 관점의 건물관리가 필요한 이유이다. 요코하마, 오클랜드, 시카고, 샌프란시스코우 등의 현대도시는 물론, 프라하, 베니스, 피랜치, 니스 등의 역사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분명한 것은 도시관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건물형상이 구릉지의 윤곽선과 조화를 이루도록하여 구릉의 스카이라인을 두드러지게 하고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필자가 대학에 있을때에 강의가 시작되면 늘 학생들에게 맨해튼을 중심으로 하는 뉴욕모습과 광주의 시가지 모습을 보여 주면서 어느 도시가 더 아름다운가를 묻곤 했다.

학생들은 한결같이 뉴욕이라고 대답한다. 광주보다 인구밀도가 훨씬 높고, 지가도 훨씬 비싼 뉴욕이 왜 더 아름다운 것일까? 여기에는 건물의 존재방식에 대한 도시철학의 준수가 있다. 특히 판상형 (가로폭이 넓은 건물)의 고층아파트가 지배하는 우리도시와는 달리 뉴욕은 이를 철저히 관리.규제하고 있다. 또 우리도시는 고층아파트가 이곳저곳에 무질서하게 분산.입지하여 심한 요철형의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있지만, 뉴욕은 도심부에 입지하고 있는 업무·금융 등 고층건물들이 집단성을 존중하고 있다. 거기에 우리 도시는 야경 디자인의 명분으로 아파트마다 지붕에 과도한 장식적 요소를 첨가하면서 스카이 라인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지만, 뉴욕은 지붕형태에 대한 공유된 존재방식이 잘 지켜지고 있다. 그래서 도시질서와 건물의 자유로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뉴욕의 스카이라인은 인상적인 반면, 우리 도시는 그러하지 못하다.

인상적이라고 하는 것은 도시모습이 오래동안 머리속에 자리한다는 의미로써, 강한 도시 이미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광주는 결코 작은 도시가 아니다. 미국의 도시규모로 보면 필라델피아 다음인 6번째 정도의 큰 도시이다. 서구도시들과 비교해서도 고층건물이 적지 않은 도시이다. 또 무등산이라는 1000미터가 넘는 산이 있고, 거대한 아시아 문화전당도 있다.

광주적인 스카이라인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제 광주만의 스카이라인이 형성되도록, 도시적 관점에서 건물 특히 아파트의 높이와 형태 관리가 필요하다. 이는 고밀 지역만이 아니라, 저밀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야 문화도시에 걸 맞는 매력적인 도시모습이 될 수 있다. 그래야 뉴욕처럼 자랑스럽게 스카이라인을 이야기 할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