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은 다시 살린다는 뜻이다.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살린다는 것이고, 또 죽었다는 것은 과거에 살아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활력 넘치는 전성기 시절로 복원한다는 뜻의 단어가 ‘재생’일 것이다.

필자의 직장이 있는 동네는 광주 남구 사직동인데 전형적인 노후 마을이다. 점심 무렵이면 무료 급식소 앞에 줄지어 선 노인들의 모습을 흔하게 본다. 단독주택이 많고 골목길이 많고 노령 인구가 많은 동네다.

이 노후화된 마을에도 전성기가 있었을까? 광주공원에 남아 있는 (전)성거사지 오층석탑은 고려 초기 양식이니 적어도 1000년 전의 역사가 오롯이 남아 있다.

사직동은 또 전국의 6곳의 사직동 중의 하나이다. 광주 사직단은 조선 태조 3년(1394)에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조성된 것으로부터 유래됐다. 사직동에는 또 광주향교가 있다. 조선 태조 때 조성된 향교는 1488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는 기록이 있어 600년의 역사가 명백하다. 사직단에서 광주목의 풍요와 안녕을 위한 제사를 지내고, 향교에서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가 낭낭하게 들렸을 조선 초기가 ‘활력 넘치는 전성기’ 사직동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광주읍성 즉 도시 중심부 바로 곁에 있었던 사직동에 근대 시기 사건들이 많았다. 1906년 일제는 사직산과 성거산에 포대를 설치했다. 1908년 호남의병들과의 전투에서 죽은 일본 병사를 애도하기 위한 충혼탑을 세운다. 지금의 어린이공원은 광주향교의 사마재 터였는데 이곳에 지방금융조합을 건립하고 1909년에는 기념탑을 높이 세웠다. 1914년에는 성거산에 일제가 광주신사를 세웠다. 1913년에 광주공원, 1924년에 사직공원을 조성하면서 일제는 당시 광주읍민들의 정신적 상징이었던 성거산과 사직단 주변을 일부러 이리저리 파헤치며 지배와 굴종의 역사적 상처를 남긴다. 사직동은 아마 이 시기가 죽어버린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2017년 사직동은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준비했다. 첫 번째 해에는 낙방을 했다. 올해 사직동은 ‘역사’와 ‘전통문화’라는 마을의 주제를 머리띠로 두르고 새롭게 공부하고 도시 재생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 정책이란 문재인 정부가 5년 간 50조원을 투자해 전국 낙후 지역 500곳을 정비하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경제, 사회, 문화 일자리가 생겨나고 도시가 변모하며 그 파급 효과가 도시 전체에 확산된다는 점에서 분명 ‘뉴딜(신정책)’임에 분명하다.

매년 전국에서 100여개 이상의 노후 마을이 공동체 마을로 거듭난다. 2017년 광주 지역은 3곳, 전남은 4곳이 선정됐고, 올해도 새로운 마을들이 이 사업을 서둘러 준비하고 있다.

도시 재생의 가장 큰 부작용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다. 도시 재개발이 이루어지면 예전보다 더 높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사무실과 가게 그리고 고소득층을 위한 주거지가 들어서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원래의 거주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게 된다.

뉴딜 사업은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방안을 마련하고 도시 재생의 기획 단계부터 주민과 주민 조직이 참여한다. 사업의 과정과 결과의 책임과 혜택도 주민이 다 가져간다.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마을 재개발 체계와 훈련된 조직이 필요하다.

광주 전남은 낙후된 마을이 많고, 일자리 수요가 많다. 그리고 사직동의 경우처럼 경제, 역사, 문화, 사회 공동체 자원과 역량이 충분한 마을이 많다. 여기에 광주 전남은 도시재생지원 마을공동체 지원 매개 조직이 튼실하다. 민주적 의사 결정, 개혁 의식, 마을 협치의 연대 정신이 강하다.

수많은 사직동, 발산동, 양동, 임동, 쌍촌동, 계림동 같은 마을들이 이 사업의 선정 대상지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역대급 일자리도 생기고 도시 재생의 파급 효과가 도시 전체로 확산된다. 새로운 관광 마을, 문화 생산마을, 안전한 복지마을로 재생될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한층 안전하고 행복한 삶터에서 문화적 혜택을 누리며 공동체 문화를 꽃피워나갈 것이다.

광주 전남민들 모두 관심을 가지고 준비해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잡자! 그래서 마을 단위부터 재생하자. 다시 살아나자. 살아나 몇 번이고 날아보자! 날자 날자꾸나! 마을 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