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남한과 북한, 미국과 북한 정상회담에 대한 기사에 모든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려있는 시점에서 미국에서 또 다른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싱글과 앨범 두 개의 메인 차트 중에서 1위를 했다는 사실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들이 우리말 콘텐츠로 그 자리에 올라섰다는 점이다. 언어의 문제는 한류 콘텐츠의 세계화에 주요한 장벽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 轉 TEAR’가 한국어 앨범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그들의 음악성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과 함께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번역 기술의 발달이 언어의 장벽과 같은 문화적 허들이 낮추어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일찍이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21세기 최후의 승부처는 문화산업이다. 각 나라와 기업, 개인의 경쟁력은 문화산업에서 결정될 것이다”고 예언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예언은 방탄소년단의 예에서 보듯 인공지능 기술과 LTE,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다양한 기술들의 발달을 통해 현실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우리는 이른바 문화기술(CT, Culture Technology)이라 한다.

문화기술은 문화·예술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 기획에서부터 제작과 유통에 이르는 가치사슬의 전(全)단계에서 기반 및 응용 기술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각 단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다양한 산업영역으로 부가가치를 확산할 수 있도록 한다. 때문에 문화기술은 다른 산업기술들과 달리 인문사회과학, 디자인, 예술분야의 지식과 노하우를 포함한 융·복합 기술을 총칭한다. 문화·예술과 관련 산업분야의 발전에 문화기술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문화산업이 전통적인 제조업기반의 산업들에 비해 고성장, 고부가가치와 높은 고용창출 효과를 가진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미래의 고부가가치의 창출을 위해 문화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고 문화기술의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다양한 형태의 문화기술 연구시설을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다. 미국MIT의 Media Lab, 일본의 국제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ATR), 독일 미디어센터(ZKM)등은 각각 자국의 문화기술 R&D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다양한 산업영역을 문화기술의 이름으로 융·복합시키고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2001년부터 미래 유망기술인 6T(IT/BT/NT/ST/ET/CT) 중 하나로 문화기술을 선정하며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종합적인 발전 계획이나 컨트롤 타워는 미비한 실정으로 6T중 CT 분야의 R&D 투자와 성과는 다른 분야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문화기술 분야에 대한 정부의 R&D 투자규모는 2002년 285억에서 2015년 1800억 규모로 약 6배 이상 늘어났고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의 지원방식으로는 증가하는 문화기술 관련 R&D 투자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비판적 주장에 직면하게 되면서 새로운 R&D 체계과 컨트롤 타워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특히 문화기술의 타 산업영역과의 융복합성을 고려하면 기존의 연구조직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전문 연구기관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것이 국내 관련 전문가들 다수의 목소리다.

지난 9일 광주시와 시민사회, 국내 산학연의 전문가 120명이 참여하는 한국문화기술연구원 설립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우리 지역은 문화기술의 중요성과 전문 R&D 기관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지난 10년간 한국문화기술연구원의 광주 설립을 추진해왔다. 비록 정권의 영향을 비롯한 다양한 요인들로 그 추진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이번 설립 추진위원회를 출범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추진을 위한 불씨를 살렸다.

문화기술 전문 R&D 기관의 필요성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라는 당위성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혁신도시의 콘텐츠진흥원, 문화예술위원회 등 유관기관과의 연계성을 바탕으로 한 시너지 극대화 등 수 많은 요인들이 문화기술연구원의 광주 설립의 필요성을 말해 주고 있다. 문화기술이 우리지역과 나아가 우리나라의 문화콘텐츠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한국문화기술연구원의 성공적인 설립 추진을 촉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