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성사가 참 어렵다. 6월 12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으나 디데이까지 불과 보름 밖에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의 자존심 싸움으로 불안 불안하더니 급기야 지난 25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다.

이에 앞서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로드맵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비핵화와 이에 따른 지원방식을 ‘리비아 모델’ 적용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으며 논란의 불씨를 만들었다.

이에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요구하면 북미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존 볼튼을 사이비 우국지사라고 맹비난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난을 치려 할 경우 큰 실수가 될 것이며 북한이 리비아처럼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24일 담화를 통해 펜스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라고 부른데 이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하도록 최고지도부에게 제기하겠다”며 아주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안타깝지만 최근 귀측의 성명에서 드러난 엄청난 분노와 공공연한 적대감을 감안할 때 현재 시점에서 오랫동안 준비해 온 회담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전격 회담 취소를 통보했다.

다음 날 아침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라며 신속하고도 공손하기까지 한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는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따뜻하고 생산적인 소식을 들었다”고 화답한 데 이어 기자들에게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했으며 6월12일 예정대로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참으로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다.

그동안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나 공을 들여왔던가.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치켜세웠다. 어떻게 든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 6월 북미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사시키고 말겠다는 의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6일 남북정상이 만난 지 1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판문점 북측지역에서 재회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역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와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으며, 이같은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중재자 역할을 확실하게 한 셈이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확실해 보인다. 북한은 지난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실천에 옮김으로써 그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미국도 싱가포르 정상회담 실무준비에 착수함으로써 회담 개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불가능하게 보였던 북미 회담 성사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높아 보인다.

어떻게든 북미 정상회담은 성사돼야 한다. 우리 민족에게 북미 정상회담이 중요한 것은 과거를 끊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기 때문이다.

6·25 전쟁 후 조인된 휴전협정은 미국과 북한, 중국 등 3국이 참여했다. 휴전 협정을 종식시키고 평화의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가 선행돼야만 한다.

냉전시대와 한국전쟁의 상흔은 여전히 한반도의 굴레가 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과 북한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현대사의 불행한 대치를 계속해왔다. 남한과 북한의 냉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불행한 역사는 남북한 모두의 역사적 진전을 가로막아 왔다.

여전히 남한 국민들을 지배하고 있는 반공이데올로기, 북한 인민들을 통제하는 반미 이데올로기는 남북한 모두를 관통하는 억압적 기제로 작동돼 평화와 통일의 논의조차 힘들게 했다.

휴전이 종전으로 바뀐다면 남과 북은 완전히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진정한 의미의 형제나 친구 사이로 발전시킬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