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꽃’, ‘민주주의의 축제’로 불리는 지방선거(6월 13일)가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축제의 장’이 되지 못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

벌써부터 선거가 유권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서 흥행은커녕 투표율이 역대 최저를 갱신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방선거는 지역 살림을 책임질 일꾼을 직접 뽑는 선거다.

특히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그 어느 선거보다 중차대한 의미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외면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먼저 국가적인 초대형 이슈를 꼽는다. 4·27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북미 정상회담 등 향후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대형 이슈들이 선거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온통 여기에 쏠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중앙 정치권의 정쟁도 한몫하고 있다. 정치권의 지방분권 개헌 불발 등 정쟁으로 정책, 공약 등 선거 쟁점도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일찍 마무리된 것도 선거 열기를 가라앉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영향으로 민주당 소속 후보의 독주가 예상되면서 이미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에 따라, 경선이 끝나자마자 선거 열기도 시들해졌다.

실제로 민주당 경선이 종료된 이후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을 찾아 자신을 알리고 정책이나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뜸해졌다.

민주당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달 초와 중순, 매일 6~8건의 기자회견이 열리던 것과 큰 대조를 보인다.

이는 민주당 후보들이 당의 공천을 받았는데 굳이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자신의 정책과 공약을 발표할 이유가 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는 ‘사실상 선거가 끝난 거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온다.

더욱이 이 같은 현상은 ‘내가 찍지 않더라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무기력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평화당 등 야당의 무능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야당은 텃밭인 광주·전남지역에 집권 여당에 맞설 마땅한 후보조차도 제대로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때문에 지방선거 흥행이 물 건너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사실 그동안 국가적인 대형 이슈 등 외적인 변수가 없었던 선거는 없었다.

4년 전인 6·4 지방선거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선거 기간 전체를 관통했고, 2010년 6·2 지방선거 때에는 천안함 사건이 선거판을 흔들었다.

그래도 앞서 선거 분위기는 이번 선거와 같지는 않았다.

실제로 광주지역 투표율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왔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투표율은 49.8%를 보였다.

이어 2012년 4·11 총선은 52.7%, 2014년 6·4 지방선거 57.1%, 2016년 4·13 총선 61.6%, 2017년 19대 대선(5월 9일) 82.0% 등으로 상승 곡선을 그려 왔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상황이 좋지 않다. 위에서 지적했던 여러 악재도 문제지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선거판의 3대 핵심 변수로 꼽는 구도, 이슈, 인물 세 가지 중 어느 것 하나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의 상황은 더욱 더 심각하다.

단체장, 지방의원 등의 선거와 함께 치러져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깜깜이’라는 말이 나오고,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교육감 선거는 정당도 기호도 없다. 그러다 보니 후보의 정책이나 교육철학 등을 물론이고 누가 출마했는지도 모르는 유권자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이번 지방선거의 중요성과 지방자치의 현실을 생각할 때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투표율이 낮아지고 유권자들의 관심이 멀어질수록 부도덕하고 무능한 후보들이 활개를 칠 수밖에 없고, 불법 및 탈법의 유혹에 빠진 정치인들이 지역을 망치기 일쑤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멀어질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유권자들의 선택에 지방자치의 미래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 시·도민들이 자기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정책과 공약, 인물을 보고 옥석을 가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