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균수 칼럼/ 세월호 똑바로 세우기



세월호 직립작업이 오는 5월 10일 진행된다. 세월호가 물에 잠겨 쓰러진지 4년만에, 뭍으로 나온지 1년만에 똑바로 세워지게 되는 것이다.

쓰러져 있는 세월호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7000톤이 넘는 거대한 선박 세월호 침몰 원인은 안전불감증이었고, 수백명의 사망자를 낸 참사의 원인은 무책임성이었다.

4년이 지난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안전불감증으로 수많은 사고와 사상자를 내고 있고, 누구도 그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있다.

4년째 누워있는 세월호의 모습은 진실 규명도, 미수습자 수습도, 안전불감증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세월호를 바로 세우는 일은 크게 세 가지의 의미를 갖는다. 우선 미수습자 5명의 수습을 용이하게 하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옆으로 누워있는 세월호에서 사실 미수습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세월호가 직립된다면 내부의 뻘을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미수습자 수색을 본격화할 수 있다.

2012년과 2015년 이탈리아와 중국의 대형 선박 사고 에서도 선체 인양 후 직립 작업은 미수습자 수습 때문이었는데, 당시 이탈리아 ‘코스타 콩코르디아’ 호 사고의 경우, 마지막 실종자의 유해가 선체 직립 후 정밀수색 과정에서 발견됐었다.

두 번째로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물리학적, 공학적, 역학적 견해가 총동원되어도 여전히 규명되지 못한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따져볼 수 있다는 점이다.

누워있는 선체를 가지고 누구도 객관적으로 사고원인 규명을 할 수는 없었다. 세월호가 직립한다면 사고 원인규명을 보다 확실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세월호 직립은 선체의 물리적 공간에 대한 사후처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선체의 직립은 단순히 선체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공간의 직관(直觀)과 연관 있다. 전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했으며, 크나큰 충격을 안겨 준 그 공간을 활용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세월호처럼 거대한 배를 수심 40m와 빠른 유속에서 절단하지 않고 통째로 인양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사사례를 찾기 힘들다.

이렇게 인양한 세월호를 다시 직립시켜 잘 보존한다면 기억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후손들에게 교육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주윤정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우슈비츠 기념관에 수북이 쌓인 안경과 신발, 가방들과 같은 전시물의 예를 들며, “세월호 참사에서도 기억해야 할 것은 ‘당연히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한 부재’라고 생각한다”며 참상을 설명하는 데 무엇보다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세월호 직립을 무탈하게 완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혹여 직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고라도 나거나 배가 파손된다면 모든 게 허사가 될 수 있다.

세월호는 지난 4년간 바닷물에 잠져 있으면서 낡고 삭아 약해져 있기 때문에 바로 세우다 부서질 우려도 크다.

세월호 직립작업을 수행할 현대삼호중공업은 그동안 중장비 이동용 특수장비 모듈 트랜스포터(MT)를 투입해 목포신항 철제부두에 누워 있는 세월호를 부두 끝 60ｍ 지점에 수평으로 이동시켜 작업하기 좋은 위치에 놓고, 선체 보강 작업 등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선체 하부에 수직 방향으로 ‘L’자 모양의 철제 리프팅 빔(beam) 33개를 설치하는 작업도 마쳤다.

거대한 선체의 직립작업은 극도로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작업이다.

직립 ‘디데이’인 내달 10일, 오전 9시부터 실제 직립 작업이 시작된다. ‘L’자 모양으로 설치한 총 66개의 철제 빔을 해상크레인에 연결한 뒤 수평·수직 빔에 각기 다른 힘을 적절히 가해 세월호를 들어 올리기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세월호를 35도, 40도, 50도, 55도, 90도 등 총 6단계에 걸쳐 차례로 돌려 완전히 바로 세운다. 바로 세운 뒤에는 서둘러 세월호 밑바닥을 받칠 구조물을 추가해야 한다. 직립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수평 빔 해제 및 안전시설물 제거 작업을 6월10일까지 마무리하게 된다고 한다.

세월호 직립은 참사의 진실을 똑바로 세우는 일이다. 무탈한 세월호 직립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