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이후 일본의 주요 소녀만화를 접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광주롯데갤러리는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와 공동으로 26일부터 5월30일까지 디렉터 도쿠 마사미의 기획으로 일본의 주요 소녀만화가의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소녀만화의 세계’전을 갖는다고 밝혔다.

‘소녀들의 열망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될 이번 전시는 일본의 주요 소녀만화가 12명의 작품 54점이 선보인다.

소녀만화는 소년만화와 함께 발달된 일본 만화의 한 장르로 소년만화가 소년 주인공이 여성과 가족, 국가, 또는 적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는 반면, 소녀만화는 사랑의 복잡하고 다채로운 형상이 주를 이루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50년대 이후 소녀만화 속에 그려진 여성은 기존의 종속적 위치에서의 여성이 아닌,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주체적인 대상으로 변화됐다. 이런 가운데 테마는 사랑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타인을 사랑하거나 타인의 사랑을 받은 것으로부터 나아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닌 소녀 혹은 여성으로서 스스로를 주체적인 대상으로 인식하게 됐다.

특히 소녀만화는 단편과 장편 등 다양한 분량과 드라마, 역사극, SF, 호러, 미스터리, 보이즈러브를 비롯해 다채로운 장르를 넘나들며 여성들의 열망을 반영했으며, 전세계 소녀들을 매료시키며 큰 인기를 누려왔다.

이번 전시는 일본 소녀만화 대표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사회에서 점차 변화하는 여성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전시 작품은 재현작으로 구성, 원작 작가의 사인을 넣어 특별 제작됐다는 설명이다.

또 이미 출간된 일본어판, 한국어판 만화도서 등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어서 보다 더 현장감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요시나가 후미 作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1999-2000)

이번 전시는 일본만화 특유의 장르인 소녀만화의 가치에 주목하는 국제순회전시로, 소녀만화의 사회적, 문화적 역할을 크게 3세대로 구분해 구성했다. 1세대는 현대소녀만화의 여명기로, 와타나베 마사코, 마스모토 레이지, 미즈노 히데코, 마키 미야코가 대표작가로 언급된다. 주로 소녀와 성인여성 독자를 위한 만화를 그리는 작가를 말한다. 1950년대에 이르러 와타나베 마사코 등 여성 소녀만화가들이 등장했으며, 소녀들의 꿈과 열망을 시각화했다.

이어 2세대는 소녀만화의 발달기로, 사토나카 마치코, 미우치 스즈에, 하기오 모토, 구라모치 후사코, 요시다 아키미이 대표적 작가들이다. 1세대 여성소녀만화가들의 성공으로 수많은 여성들이 그들의 뒤를 이어 만화계에 진출했다. 1970년대는 SF, 연애물, 사극, 모험물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가 꽃피게 된다. 특히 사토나카 마치코, 미우치 스즈에 등의 작가들은, 소녀만화의 다양성에 크게 기여했다. 소녀만화는 1980년대에 이르러 소녀만화와 레이디스코믹스(여성독자를 위한 성인만화의 일종)로 나뉘어 발전한다.

와타나베 마사코 作 ‘주문장’(2004)

3세대는 오카노 레이코, 이마 이치코, 요시나가 후미 등이 대표작가로 소녀만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정립한다. 소녀만화의 또 다른 트렌드로 아마추어 만화가들의 영향이 컸던 시기다. 아마추어 동인만화는 남성캐릭터를 동성애 관계로 묘사하는 것으로 처음 이 현상이 인기를 끈 1980년대에는 주요 출판사들의 외면을 당했다. 그러나 현재 소녀만화와 레이디스 코믹스에서 ‘보이즈 러브’는 인기테마가 돼 21세기 초반에는 TV시리즈를 비롯한 번역만화, 애니메이션, 기타 상품으로 확산되고 있다.

롯데갤러리 관계자는 “일본에서 국내 청소년문화에 끼친 영향이 작지 않다. 이번 전시는 일본 문화를 점검하는 의미가 있다. 단순하게 5월이라고 하는 흐름에 따라가기 보다는 일본 문화나 일본 관련 덕후들의 관심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