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인류 식음문화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것은 오래됐다.

중국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듯 처음의 유래는 해독(解毒)의 목적에서 차를 음용하게 된 것 같다. 중국의 기름진 음식과 좋지 않은 수질 때문에 차를 마시는 것이 당연하게 됐고, 중국 당나라 시대에 이르러서는 육우(陸羽, 733~804)의 ‘다경(茶經)’으로 집약돼 최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중국의 식음문화가 실크로드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계기가 된 것이다.

이러한 거대한 중국의 식음문화의 변화와 실크로드를 통한 확장추세를 알아차리고 바다를 활용해 제일 먼저 차를 이용해 상업적 무역이익을 창출한 사람이 바로 장보고이다. 오스만제국에 의해 중국으로 통하는 실크로드가 막히자 후추와 차라는 기호품을 찾아 상업항로를 개척한 마젤란이나 콜럼버스보다 무려 600년 이상 앞선다.

장보고는 이러한 세계적인 수요를 예측해 중국의 차나무를 가져다가 전라도 곳곳에 재배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와의 무역을 통해 부를 창출했다.

삼국사기에 ‘828년 음력 12월 대렴(大廉)이 차 씨앗을 가져오니 왕이 지리산에 심게 하고 이를 계기로 차 문화가 널리 퍼졌다’고 기록돼 있다.

바로 장보고가 차나무를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당시의 사회에서 장보고가 아니면 차나무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고 대량으로 재배할 이유도 없었으며 생산해 공급할 수요도 없었다. 한반도에서는 아직 정착되지 못한 차 문화를 예측해 재배하고 키워서 널리 퍼지게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차도 도자기와 마찬가지로 장보고를 빼버리면 설명할 길이 없어진다.

차에 대한 많은 이론 만큼이나 그 유래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다산 정약용은 쌍계사라고 하고 고려시대 이규보는 임해사라고 하나 고려토속차는 써서 먹기 불편하다고 한 서긍의 이야기를 참고하면 장보고 당시의 상황이나 중국 차나무를 수입한 근거가 가장 확실한 곳은 장흥의 가지산 보림사라고 생각한다.

장보고시대의 차의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장흥 청태전(사진-장흥군공식블로그)

또 장보고가 차나무를 당나라에서 들여와 한 군데가 아니라 전라도 곳곳에 심었고 이것이 그대로 유지돼 오늘날까지 이름 있는 차 재배지로 남게 됐다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으로 보인다.

지금의 실상으로만 파악하면 어려울 수도 있으나 당시 당나라의 차 문화를 보면 장보고시대의 차의 원형에 가장 근접한 곳은 ‘장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근거로 오늘날 국민음료가 되어가는 커피의 음용법과 장보고 당시 당나라의 차 음용법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장보고가 차나무를 재배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력을 투입, 생산한 차를 세계 각국에 수출한 것을 가정한다면 장흥의 청태전 다시 말하면 중국 당나라 병차(餠茶)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것은 장흥이 유일하다.

장흥의 청태전은 일제강점기 때에 당나라의 육우의 다경에 언급된 차의 원형을 찾기 위해 중국과 일본, 한국을 찾아다니던 일본인들에 의해 장흥 보림사 주변과 보성 등 전라도 남해안 등지에서 발견돼 소개됐던 것으로 장보고 제국 시절의 차제조법이 아직까지 남아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록을 장흥군에서 받아들여 청태전의 제조와 보급에 힘쓰고 이를 명품화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2014년과 2015년에 일본 시즈오카에서 열린

장흥 보림사 가지산 야생 차밭

‘세계녹차콘테스트’에서 최고금상을 수상해 장보고 제국시절의 차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당시 장보고는 차나무를 재배해 지금의 개념과는 다른 병차를 생산, 중국과 일본 및 동남아시아와 아랍 및 유럽에까지 수출한 것이다.

지금 장흥의 보림사에는 청태전 차로드가 조성돼 있고 장보고 청해진제국부터 오늘까지 한국 차의 본산지가 장흥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현장이다. 특히 장보고는 청해라는 이념을 펼치기 위해 불교를 도입, 선다일여(禪茶一如)라는 차 문화를 생활 속에 심었던 것이다.

서예나 무예처럼 하나의 다예(茶藝)로 받아들인 우리는 강요되지 않았기에 생활 속에 차문화가 깊숙이 뿌리내리지 못했다. 차나무 잎을 정제해 끓는 물에 우려낸 것만 차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인삼물이라고 해야 될 것을 인삼차라고 부르며 차의 의미를 변질시켰고 따라서 원래의 차문화는 사라져 갔다.

명나라 양호(楊鎬)와의 대화를 기록한 선조실록(1598년 6월 23일)에 ‘조선에는 품질이 매우 좋은 차가 있는데 왜 채취하지 않는가(貴國有茶, 何不採取)’ 하고 묻자 ‘우리나라 풍습이 차를 마시지 않는다(小邦習俗, 不喫茶矣)’는 선조의 답변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장보고 때에는 상황이 완전 달랐다. 해상유통망을 통해 각국에 수출되는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상품이었고 제국의 부를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차밭을 일구고 수확하고 차를 만들어내는데 종사했다. 당나라 차에 버금가는 품질 좋은 차를 만들었다. 이것이 현재 한국 차의 기원이다. 그 중심에 전라도가 있는 것이고,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1200년 전 전라도를 부강하게 했던 차 문화가 청해진이 혁파되고 난 후에 소강상태에 빠져들었다. 특히나 불교와 강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었던 차 문화는 숭유억불정책에 의해 거의 사라지고 술문화가 우위를 점했다. 이를 주례(酒禮)라 했다.

장흥 보림사 가지산 야생 차밭

그래서 서서히 사라지고 그 형태마저도 없어지던 차문화를 살려낸 것이 바로 초의(草衣, 1786~1866)이다.

“곡우에 싹을 따서 빈 솥에 세심히 잘 볶아내 밀실에서 잘 말린 다음 잣나무 그릇에 원형으로 찍어내어 대껍질에 꾸려 싼 다음 저장한다”

초의선사의 제조법에서 알 수 있듯 당나라의 병차와 비슷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바로 장보고 시대에 유행했던 제조법을 다시 구현하고 거기다가 조선의 가치와 철학을 부여하고자 하는 다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기에 오늘날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본다.

차를 기호음료로 하는 역사는 아주 오래 되었고 1773년 보스턴차사건이 있는 이후 커피에 그 자리를 내어주기까지 아직도 그 힘이 살아있는 인류의 오래된 기호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중국의 차문화를 주도했다고 하는 당나라 시절에 최고의 차를 만들어 한·중·일 삼국은 물론 세계각국에 수출했던 장보고 제국의 차를 다시 재현해낸다면 우리는 또다시 차로 해서 제2의 청해진제국의 번영을 구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자기와 더불어 전라도를 최고로 만들었고 또한 어디에서 흉내낼 수도 없고 만들어낼 수도 없는 전라도만의 최고가치를 지닌 우리만의 제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것이 전라도 천년을 맞는 우리의 자세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장보고가 전라도에 남긴 세계적인 유산으로 ‘도자기와 차’에 이어 다음에는 생활 속의 명품식품으로 다시 각광받는 고흥의 유자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차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장흥 보림사에 조성된 청태전 티로드 안내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