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백성’인 우리는 사람을 대접하는 ‘숲’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주 순천 정원산업디자인전 컨퍼런스에 참석한 다카노 후미야키(高野 文彰)회장이 일본 북부지역인 홋카이도에 ‘도카치 천년의 숲’을 디자인하고 10여년 동안 조성해온 과정을 설명하면서 해준 말이다. 지금 이 숲은 홋카이도 북부지역의 인구문제와 초고령화 문제 등 지역과제를 해결하고, 지역을 활성화 해주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명셰프의 음식을 통한 브랜드화로 농업이 진흥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여 관광산업이 활성화되고 있어서다.

최근 정원관광은 다른 관광지보다 가장 빠른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관광시장에서 정원관광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3%인 3억명으로 추산된다. 정원박람회 등 각종 이벤트와 축제, 전시 등을 통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마음을 사로잡고 있어서다. 정원을 찾는 관람객들은 남성에 비해 여성이 많다. 만족도 또한 여성들에게서 높게 나타난다.

순천만 국가정원도 지난해 611만명 이상이 찾아 153억원을 벌어들였다. 정원관리사, 정원해설사 등 일자리는 250여 개에 달한다. 관광객 한명이 8만8000원을 쓰고 가는 것으로 나타나 4116억원의 경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 세외수입이 증가하면서 특별교부세 인센티브까지 추가로 받고 있으니 즐거운 꽃 잔치가 아닐 수 없다. 연휴나 축제기간, 주변식당에서는 “음식재료가 떨어져 손님을 받지 못 할 정도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원관련산업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식물소재, 소비유통, 정원자재, 설계시공 등 우리나라의 정원산업규모는 지난해 1조4000억원으로 연평균 5%씩 증가하고 있다. 또한 베란다와 오피스, 옥상 등에 실용적으로 쉽게 꾸밀 수 있도록 정원 상품도 세트화돼서 판매되거나 렌탈, 리필 등의 방법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의 소비트렌드에 적합하게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과 ‘나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도록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원산업은 6차 산업의 트렌드가 됐다.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1차(재배), 2차(소재개발, 가공), 3차(관광, 교육, 문화, 유통)산업이 융합된 문화로 자리잡았다.

‘정원’은 인간이 정착생활을 시작한 이후 잃어버린 기억과 체험의 장소로 출발했지만 오늘날은 도시가 갖고 있는 환경의 문제를 해결하고 쾌적성과 아름다움, 휴식과 즐거움의 야외활동공간이 됐다. 그리고 도시의 경제가치를 높이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장소로 그 무게감은 날로 커지고 확대되고 있다.

전남도는 우리나라의 정원산업을 선점하고, 정원을 통해 지역의 생기와 도시이미지를 바꿔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가정 먼저 짜임새 있고 촘촘한 장기계획을 수립중에 있다. 무엇보다 정원조성의 주체는 주민이 중심이다. 마을과 지역의 다양한 단체의 협력과 참가를 통해 공간의 특성을 잘 살린 모두의 정원을 만들었을때 다양한 기능의 정원이 완성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지역의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매력적인 정주여건을 만들고, 관광객과 지역민이 함께 즐기고, 교류할 수 있는 정원을 조성한다. 담양과 강진에는 지방정원을 조성하고, 앞으로 시·군별로 주제가 확실한 정원을 조성해갈 계획이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연계한 정원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원자재 종합유통전시판매장과 묘목유통단지도 조성됐다. 생활공간에는 민간정원과 공동체정원의 조성도 지원해갈 계획이다. 개인과 단체, 기업 등이 조성 관리하고 있는 정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민간정원으로 등록을 유도하고 대중화해서 그동안 삶의 부분적 요소에 머물렀던 정원을 새로운 문화와 일자리, 지역커뮤니티 장소로 바꿔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