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경제 문제를 논할 때 경제학자나 관료들은 상반되는 두 가지 가치인 성장(자유)과 분배(평등)를 고려한다. 자유방임의 시장경제는 효율성이 좋아서 경제성장을 하기에는 최적이나 소득분배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이에 각국 정부는 시장경제에 개입하여 조세정책이나 재정지출정책 등을 통해 소득분배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되 경제적 평등을 위해 과거부터 여러 가지 정책을 펼쳐왔다.

한국경제는 한국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나 세계 유래 없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면서 반세기만에 선진국 문턱에까지 도달했다. 이미 수 년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가 5000만명이 넘는 ‘2050클럽’ 국가로 7번째 국가로 진입한데 이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와 ‘3050클럽’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이 이러한 한국 경제를 자국의 경제발전의 롤 모델로 삼고 있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의 부러움을 받는 우리 경제는 수 백년에 걸쳐 완성된 서구 선진경제에 비해 짧은 기간동안 ‘선택과 집중’으로 대기업 위주의 경제발전을 이룬 고속성장의 후유증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균형이 경제문제로 부각돼 왔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발전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지 못했고 오히려 커진 결과를 낳았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나타내는 ‘9988’이 말해 주듯이 중소기업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88%인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대기업 근로자의 절반을 좀 상회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아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선진경제 국가에서 대기업 근무자와 중소기업 근무자가 임금 차이가 이렇게 큰 나라는 드물다.

정부에서는 소득불균형이 우리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판단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려서 ‘소득증대→소비 확대→생산 확대’로 이어지는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국정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소기업 근로자의 소득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 근로자의 소득을 늘리고 이로 인해 영세 중소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업주의 경영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또 유능한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해 중소기업이 혁신성장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년 근로자에게 추가고용장려금, 내일채움공제 확대, 주거비 지원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정부와 민간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봄이 어떨까 한다. 경제의 주체는 정부, 기업, 가계라고 경제학원론 교과서에 나온다. 정부는 경제방향을 제시하고 가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활용한다. 경제는 정부 외에 생산주체인 기업, 소비주체인 가계의 몫 또한 중요하다. 근로자의 소득 문제에 있어 정부도 역할을 하지만 기업과 근로자의 역할도 정부 못지 않게 중요하다. 실제 경제의 주인공은 기업과 가계로 대표되는 민간이다.

소득주도 성장이나 혁신성장이라는 목표는 경제 3주체가 톱니바퀴 돌아가듯 맞물려 3위 일체로 합심해서 움직여야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정부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정부가 부족한 면을 민간이 채워줬으면 하는 것은 한 경제부처 공무원의 욕심인가?

대기업과 대기업 근로자는 납품단가 인상, 기술자문 등 중소기업이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할 여력이 되는 시스템을 마련해 상생의 미학을 보여줬으면 한다.

중소기업도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에 힘써 원가절감과 근로자 소득 증대에 노력했으면 한다. 또 일부 중소기업이 불합리하게 낮은 단가를 제시하여 동일업종 중소기업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방지하는 자체시스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근로자도 주인의식을 갖고 열정을 다해 회사 이익 창출에 열과 성을 다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