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이 환하다//겨울을 지낸 목련 가지 끝에/불이 켜진다//꽃등들/바람 따라/길을 나선다//종소리처럼 다가오던/비둘기의 날갯짓들/나의 빈 가슴에 그리움 드리우더니/새벽의 조각달들 데리고/먼 하늘로 날아간다//목련이 불을 끈다’

이 시는 ‘화등’(花燈) 전문이다. 꽃등이 굴곡진 세상을 아름답게 비춰 길을 밝히듯 그는 시를 통해 거칠어진 사람들의 마음이 유해지기를 바라는 듯하다. 광주에서 순수 서정시를 추구하는 시인들 중 상당한 수준작을 이루고 있는것만은 분명하다.

흔히 작품성으로 표현하더라도 그의 작품들은 시적 골격을 잘 유지하고 있다. 광주문단의 편차가 심각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등단을 했더라도 작품 수준이 너무 떨어지거나 습작기를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듯한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화등’은 시적 긴장감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평이다. 최근 열다섯번째 시집 ‘사랑이 오는 시간’을 출간하는 등 생활 속에서 꾸준하게 시창작에 집중하는 동시에 광주문단 수장을 맡아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전남 해남 출생 임원식 광주문인협회 회장에 관한 내용이다. ‘화등’은 그의 여덟번째 시집 ‘사랑에게 시를’에 수록된 작품이다.

임 회장은 제15시집에 대해 염창권 광주교대 교수(시인)로부터 “시에 나타나는 자기성찰이 자신의 내부로 초대해 이뤄진다. 이때 부름을 받는 대상들은 내면화를 위한 환유적 장치이며 견성을 가져오는 도구다. 이전부터 그의 시가 사랑을 가치 지향 축으로 삼아왔듯이, 앞으로도 지상의 사물들과 이웃들의 삶을 더욱 세심하게 껴안고 나가는 모습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이는 그의 시편들이 사랑을 가치 지향 축으로 해 지상의 사물들과 이웃들의 삶을 더욱 세심하게 껴안고 있다는 점을 귀결한 대목이다. 꾸준하게 시집을 선보여온 그는 빠듯한 일상 속에서도 창작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의 창작실은 농성광장에서 죽봉대로를 타고 이마트 방향으로 가는 길목 중간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사무실을 지나 들어가면 그의 집필실 겸 업무를 보는 공간이 나온다. 그의 집필실은 반듯하게 잘 정돈돼 있다. 그의 성격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문단 일 외에도 ㈜온누리태양광 회장을 맡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창작이라는 버거운 운명이 귀찮을 법도 한데 묵묵히 창작활동을 전개한다. 더욱이 지난해 2월부터는 광주문인협회 회장까지 맡아 광주문단의 숙원사업인 ‘광주문학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 해왔다.

어느덧 칠십대 중반에 들어선 나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창작은 창작대로, 문학관은 문학관대로, 그리고 회사는 회사대로 무리 없이 끌고 가는 그의 모습을 조우할 수 있었다.

특히 광주문학관에 대한 확고한 그의 소신은 ‘문학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7월까지 마무리하고 총 사업비 15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2년까지 문학관을 건립하자는 계획을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3월 열린 광주문학관 건립을 위한 특별좌담회 모습

과거 한차례 큰 홍역을 치른 문학관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내기 위해 대표적 문학그룹의 한곳인 ‘광주전남작가회의’와 손을 잡고 이 문제를 대승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1만157명의 참여를 이끌어낸 ‘광주문학관 건립 촉구 지지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온힘을 쏟아온 것이다.

이런 노력이 더해지면서 여전히 갈 길이 만만치 않지만 첫 단추를 꿰는데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더디지만 광주문학관 해결이라는 마침표를 향한 첫 번째 보폭을 옮긴 셈이다. 광주문학관은 그가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기도 하다.

“문학관이 단순히 건물만 지어진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광주시에서 문학관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콘텐츠 구성 등 추진위에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검토해 시민이 주인되는 문학관 건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요. 광주정신과 호남문학을 담아낼 콘텐츠 구성 등을 위해 다른 지역 문학관을 답사, 문제점과 모범사례를 수집하고 문인들의 여론을 수렴해 추진해나가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는 추진위를 구성할 때 얼마전 문학관 건립부지 선정의 불공정 시비를 자초하고, 불미스러운 일로 건립이 백지화하는 데 관여한 인물은 배제돼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이는 그의 광주문학관에 대한 행간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광주문학관 성사를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광주는 국내 대표적 문향의 한 곳이면서도 문학관이 부재해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해왔다. 광주문인들은 이를 모두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풀어내지 못한 것이다. 임 회장은 광주문학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문학관 문제를 반드시 매듭짓는데 산파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임 회장이 오늘날 문학의 중추에 자리잡았지만 처음에는 다형 김현승 시인의 사사를 받아 문학에 입문했다. 국세청에 재직하면서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충실하게 수행해오다가 퇴직 이후 지역의 한 언론사 대표를 맡아 활동하면서 소설, 수필, 평론을 본격 집필했다. 그러다가 우주와 무한감성이 함축된 시에 빠져 오늘날까지 시 창작에 매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월간 ‘문학’에 평론, ‘유심’에 시, ‘수필문학’에 수필, ‘문예사조’에 시와 소설로 각각 등단, 다방면에 문학적 감성을 표출했지만 현재 시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자기성찰을 기조로 삶 안팎을 넘나들며 근원적 삶의 진정성을 도출하기 위한 창작을 펼쳐왔다. 지금까지 활동에 대해 고상한 사유를 내세우기보다는 ‘축복’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지난해 7월 열린 광주문학관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 간담회 모습.

“대학 시절과 직장 생활 초기는 소설과 수필을 쓴데 이어 신문사 시절에는 평론을 썼지요, 시는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시작했습니다. 10여년 전부터는 이메일로 ‘시의 산책로’를 일주일에 1∼2회씩 회원 2000명에게 전송하고 있죠. 그 횟수가 무려 1210회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노후에 시의 세계 속에 깃들게 해준 것을 큰 축복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그가 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하겠다. 그는 올해 문학이 흐르고, 아름다운 시를 감상하며 거닐 수 있는 진정한 ‘문화수도 광주’를 가꾸기 위해 준비 중에 있을 뿐만 아니라 회원들의 창작에 보탬이 되도록 유명작가와 문학 관련 교수들을 초대해 ‘문학 창작’ 지원 방안 마련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의 일상은 시 창작을 할 수 없을 만큼 분주하다. 하지만 그는 창작을 놓지 않는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창작을 통해 살아있다는 것과 시적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기쁨이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에게 다뤄보고 싶은 시적 세계를 물었다. 고상한 메시지나 담론의 시학보다는 인간 감정에 충실하면서 따뜻하게 체온이 살아 꿈틀대는 시편의 창작에 대한 그의 시적 밑그림이 드러난다.

“시는 만물의 숨결, 메아리, 호흡과 심장 박동, 피와 공기, 입맞춤, 포옹, 빛과 그림자, 즐거움, 느낌, 떨림들이에요. 이 모든 것들이 언어를 입고 화음으로 화육(化育)돼 노래로 떠오릅니다. 그러한 노래를 부르면서 시를 쓰고 싶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