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에 들어서면 상왕산이 먼저 반긴다.

장보고가 명명한 상왕산은 ‘청해’라는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한 이념으로 불교를 도입하면서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을 코끼리 중의 제일 가는 코끼리인 흰코끼리를 의미하는 상왕을 부여해 탄생했다.

그래서 다산 정약용은 그의 책 ‘여유당전서’에서 상왕산을 장보고의 아명을 붙여 궁복산이라고 했다. 그의 정기가 서린 산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일제는 상황으로 창지 개명을 했으나 올바로 바로잡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다가 늦었지만 다행스럽게도 2017년에서야 장보고가 명명한 상왕산으로 이름을 되찾았다.

장보고가 단순히 전라도 사람이어서 전라도를 택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전라도를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었던 이들에게 완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첫째, 무엇보다도 역량이 있는 사람이 있었고 자원을 이용할 줄 알았다. 장보고는 신라 골품제 하에서 90% 이상이 노비가 된 백제땅 사람들을 자유인으로 만들어 자력 갱생체제를 유지하도록 해 준 것이다. 대가를 받는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가계를 번창하게 했다.

상왕산 즉, 궁복산에서 나는 황칠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당나라에서 장군에게 황제가 하사하는 갑옷이 명광개였는데 금이 부족하자 황칠로 대신했고 또한 각종 사원의 불상에도 금이 부족하자 황칠로 대신했다.

대장군전이 완도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조차 알려고하지 않고 타지역에서는 마치 자기들이 만든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개탄하면서 고증과 실측에 의해 대장군전을 사비를 들여 재현한 배철지 완도 민간향토사학자

황칠의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 장보고는 이를 채취하여 전량 군수품목으로 당나라로 수출했다. 완도의 상왕산에 황칠을 채취하기 위한 인력들이 대거 투입되었다. 신라 골품제 하에서 신음하던 백제땅 노비들이 완도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노동의 댓가를 받고 자유롭게 살면서 자기의 부를 영위할 수 있었다.

다음이 가시나무이다. 상왕산에만 나는 품종이다. 이 품종은 당나라 때에는 백탄이라고 하는 숯으로 이용되었다. 당나라에서 산다는 사람은 장보고의 백탄을 써야 사는 집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 숯을 완도에서 가시나무를 이용하여 독점공급해 엄청난 부를 쌓았다.

그리고 가리포왜변과 임진왜란 때에는 대장군전이라고 하는 조선시대 미사일을 만들었던 나무가 완도 상왕산에서만 나오는 붉가시나무이다. 다른 나무는 천자총통에 넣고 쏘면 재질이 약해 다 부러지거나 쪼개지는데 완도의 붉가시나무만은 이를 견뎌내었다.

임진왜란 때에 가공할만한 위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실제 원형을 알 수 없어 문서로만 나오다가 드디어 2016년 일본에서 발견돼 2017년 9월 국립진주박물관에서 그 실물이 전시되었다. 그 대장군전에 ‘加里浦上 金等造’라는 글자가 4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새겨져 있어 전라도가 당시 이 나라를 지키는 최고의 군수창이었음을 증명한 것이다.

바다에서 바라본 상왕봉. 오른쪽 철탑은 이순신이 올랐던 남망대가 있던 곳이고 오른쪽은 현재 완도타워가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나라의 기강을 잡는 대명률에 의한 조선시대 형벌제도의 형구를 완도의 가시나무로 만들었다. 또한 부녀자의 정절을 의미하는 가시나무로 비녀를 만들어 아녀자들이 사용했고, 이를 만들기 위한 공방이 완도에 존재했다.

그러나 전라도는 무시당했다. 이 나라를 지킨 힘의 원천이 전라도에서 나왔음에도 그것은 기념하는 기념관 하나 제대로 없다. 엄청난 역사를 증명하는 무기가 나왔음에도 정부는 방관하고 완도의 향토사학자인 민간인 배철지씨가 고증과 실측을 통해 대장군전을 재현하고 있는 현실이다.

바다에서 바라본 상왕봉. 오른쪽 철탑은 이순신이 올랐던 남망대가 있던 곳이고 오른쪽은 현재 완도타워가 만들어져 있다.

완도의 민간 향토사학자인 배철지씨는 “대장군전이 가리포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쌍혈총통과 대포가 만들어졌음에도 전라도와 완도는 알려고조차 하지 않고 있고 타지역에서는 이를 모방하여 마치 자기네들의 지역에서 만든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개탄한다.

그리고 유명한 황장목이다. 붉은 소나무인데 완도의 상왕산 및 완도 근방에는 황장목이 풍부했다. 따라서 단단한 배를 만들기 위한 좋은 목재들이 많이 생산되었고 장보고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이전부터 완도는 가리포라 하여 국가에서 차관급을 파견해 관리한 첨사진이었다.

거북선과 판옥선도 완도 가리포에서 시작한다. 단단한 소나무로 만든 배가 장보고도 필요했고 이순신도 필요했다. 삼나무로 만든 왜선들은 충돌하면 부셔졌다. 이순신의 수군이 이길 수밖에 없는 조건이 바로 완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비슷한 환경을 가진 지역이 전라도 부안이다. 그래서 부안의 궁항에서도 판옥선을 만들었고 또한 장보고가 도자기의 공급이 부족하자 부안에 도요지를 만들어 세계에 공급하였다.

이순신이 완도에서 만들어 사용한 대장군전이 425년이 지난 2017년 9월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처음 모습을 선보였다. 여기엔 ‘加里浦’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어 무기제조창이 완도였음을 고증하고 있다.

둘째,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전라도 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장보고 청해진제국이나 지금이나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정의와 역사의 길에서는 항상 전면에 서서 꿈을 꾸었고 꿈을 실현하고자 자신을 던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전라도 사람을 대표하는 말이 있다. ‘물짠놈’이다. 이는 장보고 청해진 제국민들이 꿈과 이상을 실현했다는 이유로 10만명이 김제 벽골제로 강제노역장에 끌려갔을 때 바닷일은 알아도 육지 농사일을 알지 못해 관리인들이 비아냥으로 청해진제국 사람들을 칭했던 소리이다.

지금도 어떤 일에 부족한 사람을 물짠놈으로 부르는 연원이 됐다.

아쉽게도 전라도의 꿈과 희망은 장보고의 죽음과 함께 좌절되고 말았지만 장보고가 바라던 평등과 민주의 사회 ‘청해(淸海)’가 의미하는 ‘노예가 없는 세상’을, 모두가 평등하게 대접받는 사회를 이루었다면 전라도는 아마 세계 최고가 되어 있을 것이다.

완도 상왕산은 이러한 전라도의 꿈과 희망의 길을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다. 궁복산으로 지칭되었던 황칠나무는 악목으로 사람들의 경원은 받은 결과 일부만 제외하고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완도의 장도에 가면 장도의 입구 야산을 지키고 있는 커다란 가시나무를 볼 수 있다. 주변에 장보고기념관도 건설되어 있고 장보고동상도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겉만 화려하고 그 속에 있는 정신을 우리는 못보고 있다.

우리나라 5000년 역사에서 세계사에 길이 남을 수 있는 분이 몇 분이나 있을까. 그 힘의 원천의 바로 장보고의 청해진제국의 유산이라고 감히 저는 주장한다.

그래서 전라도에 길을 물어야 한다. 전라도가 가진 값어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그리고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까를 물어야 한다. 길에 답이 있다. 길은 역사이자 과학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장보고의 유산으로 꼽히는 강진과 부안의 도자기가 형성된 길을 걸어보고자 한다. 장보고가 남긴 제국의 유산인 도자기와 차와 유자는 지금도 전라도를 풍요롭게 만들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전라도의 힘으로 존재하고 있다.

화흥리에서 바라본 완도상왕봉- 황칠나무와 가시나무가 풍부하여 장보고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병기창과 후방기지창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